“불이 지나간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그래도 마늘만큼은 꼭 수확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이른 장마를 앞두고 이렇게 많은 분이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죠.”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경북 의성군에 있는 한 마늘밭. 농민 박순자(가명)씨가 그곳에서 지난 12일 한국구세군(사령관 김병윤) 봉사자를 만난 뒤 전한 말이다. 박씨는 농작물 수확철을 맞아 농가를 찾아 일손을 보탠 이들에게 “오늘 하루 수확한 마늘보다 더 귀하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세군 사관(목회자)과 성도가 중심이 된 자원봉사자 45명은 산불 피해 농가를 찾아가 마늘 수확은 물론 밭 정리 작업을 진행하며 피해 농가의 일상 회복을 도왔다.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 김현도(40)씨는 “실제로 와보니 생각보다 깊은 상처가 남아 있다는 걸 느꼈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하다”고 말했다.
구세군의 산불 피해 지역 일상 회복 사역은 물품 전달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12일과 13일 의성·영덕·청송·영양 등 4개 지자체에 2000세트 규모의 가전·생필품 키트를 전달했다. 공기청정기 제습기 햇반·반찬류 등의 식자재와 여름 이불 등으로 구성된 키트는 각 군청을 통해 피해 가정에 차례로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활동을 총괄한 구세군 홍봉식 커뮤니케이션스국장은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현장에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회복의 시작”이라며 “각각의 자리에서 섬김을 실천해준 사관님들과 교우들, 그리고 후원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3월 산불 발생 직후 의성 산청 영양 영덕 안동 청송에서 11일간 밥차를 운영하며 긴급 구호 활동을 해 온 구세군은 7월까지 순차적인 회복 지원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