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가 세계 바이오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보스턴에서 북미 생명과학계와 손잡고 국제 협력의 새 지평을 열었다.
시는 15일 (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비콘 힐 호텔에서 ‘케이-바이오엑스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시, K-BioX(미국한인생명과학자교류단체), 한국의과대학협회(KAMC), 럿거스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국내외 바이오 연구자와 산업계, 병원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보스턴은 하버드대학교, MIT,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기관이 집적된 도시다. 시는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이 도시를 벤치마킹하며 바이오를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해 왔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심포지엄 개회사를 통해 춘천의 바이오산업 성과와 비전을 직접 발표하며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육 시장은 “춘천은 1995년부터 바이오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오늘날 자생적 바이오 생태계를 형성한 도시”라며 “이제는 춘천형 K-바이오 클러스터를 완성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중심 도시로 도약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스턴에서의 이번 만남이 춘천과 세계를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은 기조 강연, 참가 기관·기업 발표, 기술 세션 및 소모임, 국제협력 논의 등으로 진행됐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메이요클리닉, 매사추세츠종합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종근당제약, GI이노베이션 등 관계자가 참여해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심포지엄에는 춘천의 바이오기업 에이프릴바이오, 바이온사이트, 우당네트웍이 발표자로 참여해 기술 역량을 소개했다. 각 사는 면역질환 항암치료 목적 바이오 의약품 개발, AI 신약개발 플랫폼, 아토피 체외진단 키트 및 치료제 개발 등의 분야에서 자사 기술을 공유해 현장에 모인 국내외 투자자와 연구기관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발표 이후 진행된 기업별 소모임에서도 현장 투자자들과의 미팅이 진행됐다.
시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K-BioX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육 시장과 리시연 K-BioX 대표(스탠퍼드대 교수)는 AI 헬스케어, 오가노이드 등 첨단 기술 기반 공동연구, 춘천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 지원, 한인 연구자 국내 활동 연계, 국제 세미나·워크숍 등 교류 확대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시는 이들과의 공식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기술·인재 네트워크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K-BioX는 지난 2016년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이 창립한 단체로, 북미에 거주 중인 한인 생명과학자 1만30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국제심포지엄 개최와 K-BioX와의 협약 체결은 춘천이 국내를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실질적 전환점으로 30년간 바이오산업을 육성한 가시적 성과이자 글로벌 확장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육 시장은 “이번 협약은 단순한 의례적 서명이 아니라, 춘천형 바이오 생태계를 국제 수준으로 확장하는 실질적인 연결 고리”라며 “특히 북미 현지에서 연구와 산업을 잇는 통합형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춘천시는 바이오산업 생태계 조성과 정책 의지가 매우 인상적인 도시이며, 이번 협약은 북미 한인 과학자들과 춘천 간의 지속 가능한 교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육 시장은 이 심포지엄에서 이명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과 만나 춘천과 오송 간 바이오산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두 기관간 연구 인프라 공유와 기업지원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시는 이번 심포지엄을 마중물로 16일부터 개최되는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 ‘BIO USA 2025’에도 지역 기업 9개사와 함께 참가한다. 현지 바이어 상담, 기술 피칭, 투자 유치 간담회 등을 통해 실질적인 수출 및 연구 협력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11월 춘천에서 열리는 ‘강원 바이오엑스포’를 통해 이번 미국 출장의 성과를 국내외에 공유하고, 국제 협력 기반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육 시장은 “이번 보스턴 심포지엄은 춘천이 산업·인재·국제협력의 세 축을 연결해 미래 전략 산업을 본격화하는 현장이었다”며 “심포지엄에서 시작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춘천 바이오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