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다자 외교 무대에 복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부터 G7에서 동맹국 정상들과 충돌하는 등 다자 정상외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상호관세 등 무역 전쟁과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갈등 등으로 동맹과의 균열이 더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관세를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15일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몇 가지 새로운 무역협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무역 합의를 갖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한을 보내는 것이며 이는 당신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역 합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8일 관세 유예 시한이 지난 이후 일방적으로 상호관세를 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 뒤 무역 협상에 나섰지만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과는 거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G7 국가 중에서도 일본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나머지 5개국이 협상을 진행 중이다. G7 회의에 초청된 한국과 호주 등도 여전히 미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번 G7 정상회담의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미국이 지원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담판에 나서고 있지만 유럽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의 중재를 자임했지만 휴전 협상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회담에 참석해 서방의 지원을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가 최근까지 푸틴과 전화 통화를 이어가며 친밀한 관계를 자랑한 만큼,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미 있는 공동의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회의 개최국 캐나다와의 관계도 좋지 않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부르며 미국에 합병하겠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캐나다에서는 반(反)트럼프 정서가 강해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캐나다는 절대로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트럼프는 곧바로 “절대 안 된다는 말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했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가 G7 정상회의의 와일드카드(변수)”라고 전하며 “정상회의 의장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회의가 끝나면 공동성명 또는 코뮈니케를 발표하는 연례 관행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가 G7의 단결보다 양자 간 무역 협상 자리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세계 정상들은 트럼프의 글로벌 파트너십 이탈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전 트럼프가 병합하겠다고 압박해온 그린란드를 지지 방문하며 긴장을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그린란드를 방문해 “프랑스와 유럽연합의 모든 사람은 그린란드를 팔아서는 안 되고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란드의 상황은 분명히 모든 유럽인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G7에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건 1기 재임 시절인 2018년이다. 트럼프는 당시 동맹국에 러시아를 G7에 재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맹국들과 충돌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일부를 점령하면서 G7에서 퇴출당했다. 트럼프는 당시에도 발표된 공동성명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