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고정밴’ 바이를 풀었다

입력 2025-06-15 19:55 수정 2025-06-15 20:40
LCK 제공

T1이 바이를 풀었다. 니코로 잡았다.

T1은 15일 부산 동래구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지역 대표 선발전(로드 투 MSI) 5라운드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3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T1은 지역 2시드 자격으로 MSI에 진출하게 됐다.

1세트 밴픽부터 ‘킥’을 준비한 게 완승의 비결이다. 레드 사이드부터 시작한 T1은 로드 투 MSI 내내 높은 티어로 평가받아온 바이를 풀어 상대의 허를 찔렀다. 바이가 들어가야 할 밴 카드 자리에 상대가 잘 다루는 요네·뽀삐·아지르를 넣었다.

바이는 이번 대회 내내 레드 고정 밴 카드였다. 팀들은 단 한 번도 상대의 선택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스크림에서 바이 중심 조합을 연습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블루 1픽으로 바이를 가져갔다. 파트너로 아리까지 골라 한점 돌파 조합을 완성했다. 한화생명 최인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1세트에서 바이가 풀렸다. 최근 많이 연습하지 않은 구도였지만 예전부터 잘 사용한 챔피언이기도 하고 바이 중심 조합이 생소하지도 않았다. (밴픽이) 불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피넛’ 한왕호(바이)가 앞으로 돌파하면 ‘케리아’ 류민석(니코)이 여지없이 나타나 그와 나머지 한화생명 병력의 연결고리를 끊었기 때문이다. 한왕호가 고립되면서 한타 능력이 떨어지는 그림이 초반에 2번 연속으로 나왔다. T1으로선, 바이를 내주는 대가로 그웬과 함께 레드 1·2픽으로 가져온 챔피언의 가치를 제대로 살린 셈이다.
2025 로드 투 MSI 중계화면

2025 로드 투 MSI 중계화면

바이가 1세트부터 빠지자 이후 밴픽 구도도 앞선 라운드들과는 다르게 펼쳐졌다.

이와 같은 밴픽 심리전은 로드 투 MSI 참가팀들이 LPL 팀들과 주로 스크림을 하면서 챔피언 티어에 변동이 생긴 여파로 풀이된다. 바이와 니코는 LCK와 LPL의 평가가 상반됐던 챔피언이다. 바이는 LCK에선 높게, LPL에선 낮게 쳤던 챔피언이다. 니코는 반대였다.

로드 투 MSI 부산 원정을 앞두고 팀들이 LPL 플레이오프 진출팀들과 스크림을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양 리그의 챔피언 해석이 섞였다. 티어 정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때문에 절대 풀어줘선 안 될 것 같았던 바이를 풀어주고 니코를 가져가는 전략도 새로 고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류민석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LPL에선 몇 달 전부터 바이를 많이 풀었다. 니코 티어도 두 달 전부터 LCK보다 높았다. LPL 데이터를 항상 참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로드 투 MSI를 준비하면서 우리도, 다른 LCK 팀들도 LPL과 스크림을 했다. 그러면서 니코 티어가 많이 올라갔다. 바이와 니코를 나눠서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