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선물, 죽음은 소망, 부활은 나의 미래입니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던, 천국을 소망하며 마지막 호흡까지 하나님을 전했던 천정은 집사가 지난 13일 오후 10시 48분, 향년 53세로 하나님 품에 안겼다.
2012년 천 집사는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경희대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자서전 ‘나는 주님의 것입니다’(규장)에서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사는지는 몰랐다. 30대 중반쯤 삶의 허무함이 밀려왔다”고 고백했다.
천 집사는 “억울한 마음에 돈이라도 벌어야겠다 싶어 시작한 사업이 2년 만에 무너졌고 그 사이 전공이던 피아노와도 멀어지게 됐다”며 “삶의 의미를 잃고 깊은 우울증에 빠져 건강에 이상을 느껴 찾은 병원에서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암은 이미 온몸 곳곳, 임파선과 척추 가슴 골반 폐에까지 번져 있었다. 신앙이 없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을 전도하려 했던 지인의 권유로 춘천한마음교회에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그 기도를 통해 항암 부작용이 사라지고 전이됐던 암이 치유되는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했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암이 재발했고 그는 치료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천 집사는 낙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암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깨달았다”며 “암은 내게 주어진 선물이고 죽음은 천국으로 가는 소망”이라고 고백했다.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께 받은 위로와 생명의 소망을 나누기 위해 말기암 환우들을 섬기는 사역에 헌신했다. 100여 차례에 이르는 고강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는 부활의 생명을 붙들고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삶을 이어갔다.
천씨의 소천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와 그가 출연했던 다양한 콘텐츠에는 추모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의 삶과 간증을 통해 도전을 받았던 많은 이들은 감사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그의 신앙 여정을 되새겼다.
천 집사의 투병과 신앙 간증을 담아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전한 영화 ‘부활: 그 증거’를 연출한 김상철 감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너무나 밝고 정결한 모습으로 떠났다”며 “마지막 미소를 지으며 주님 곁으로 간 천정은 자매님을 주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생각하니 이별의 슬픔보다 부활의 소망이 더 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은 자매님께서 생전에 유언처럼 남긴 말씀이 있다”며 “자신의 장례식장에 검은 정장을 입고 와서 슬퍼하지 말고 천국 입성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평소처럼 밝은 옷차림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천 집사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호실이다. 발인 예배는 16일 오전 11시, 장지는 경기도 광주 시안추모공원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