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형식의 M&A가 이뤄지면 MBK파트너스는 2조5000억원 상당의 지분을 포기하겠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의 부동산 가치만 해도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인수 메리트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대형마트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M&A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반론도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 승인을 요청했다. 이르면 다음주 결과를 통보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새로운 인수자로부터 자금이 유입되면 그 자금을 회생채권 변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가 성사되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지분 2조5000억원은 무상소각된다.
홈플러스는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는 높지만, 최근 영업실적이 저조해 기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부동산 등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자산은 6조8000억원 규모이고, 홈플러스의 현재 부채는 약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는 매각가를 최대한 낮추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임대료 삭감에 반대한 임대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비용을 절감하는 데 애를 썼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번 M&A에서 홈플러스의 몸값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내고 “회생계획 인가 전 M&A가 이뤄지면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는 무상소각된다. MBK파트너스는 경영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영 상태가 다소 진전됐고, 부동산 가치가 큰 점포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은 지난해 이미 인수설을 부인한 바 있다.
대형마트 업황 부진은 홈플러스 인수를 망설이게 만드는 주된 이유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의 전망이 밝지 않은 편이다. 또 2만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 수와 강성 노조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결단으로 홈플러스 인수 조건이 다소 좋아진 것은 맞지만, 적정 인수가를 정확하게 책정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며 “부동산만 보고 고액에 홈플러스를 사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