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행 지름길 뚫은 ‘캐니언’ 김건부의 강타

입력 2025-06-14 00:39 수정 2025-06-14 13:12
LCK 제공

“스마 싸움을 너무 잘해줬어요. 덕분에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젠지 김정수 감독은 LCK 1시드로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나서게 된 일등공신으로 ‘캐니언’ 김건부를 뽑았다. 패패승승승 역전의 시발점이 김건부의 강타 싸움 승리였다고 봐서다.

젠지는 13일 부산 동래구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25 MSI 지역 대표 선발전(로드 투 MSI) 3라운드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지역 1시드 자격으로 2025 MSI에 참가하게 됐다.

한화생명은 먼저 기세를 잡아놓고도 막판 뒷심 부족에 울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인규 감독은 후반 집중력과 뒷심 부족을 패인으로 짚었다. ‘피넛’ 한왕호 역시 “3세트 밴픽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다. 4·5세트는 한타와 교전에서 부족했다”며 “3·4세트를 연달아 지다 보니까 5세트도 더 잘할 수 있는 걸 못했다”고 말했다.

한왕호의 말처럼 사실 4·5세트는 지긴 했으나 한화생명으로서도 충분히 스노우볼을 굴리거나 앞서 나갈 여지가 있는 경기들이었다. 하지만 유충보다 드래곤 스택이 더 가치 있게 활용된 이날 시리즈에서 ‘캐니언’ 김건부에게 중요한 드래곤을 연달아 스틸 당한 게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한화생명은 4세트 11분경 2번째 드래곤을 빼앗겼다. 요네, 징크스 등 후반에 강한 조합을 짜서 눕고 싶었던 이들에겐 그 스틸 알림이 자명종 소리와 같았다. 5세트 첫 번째와 세 번째 드래곤도 한 끗 차이로 놓쳤다. 드래곤 스택 싸움에서 밀리자 운영에서도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한왕호는 5세트 3번째 드래곤 싸움을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뽑았다. 그는 “오공의 포커스 콜이 잘 안 됐고, 내가 (이후 벌어진) 싸움에서 너무 빨려 들어갔던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김건부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강타 싸움으로 같은 장면을 골랐다. 그는 “마지막 세트에서 상대가 메가 나르로 C자 부시를 지키고 있었다. 거기서 드래곤을 스틸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타 싸움은 운적인 요소가 크게 개입한다”면서도 “최대한 집중력을 높여서 (스틸) 확률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한화생명과 한왕호가 강타 싸움에서 지기만 했던 건 아니다. 첫 세트 3번째 드래곤을 빼앗은 건 이들이 후반에 대지 드래곤의 영혼을 얻는 힘이 됐다. 패배했지만 3세트 아타칸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세트에도 한왕호가 4번째와 5번째 드래곤을 처치하면서 상대의 바람 드래곤 영혼 완성을 저지했다. 하지만 더 값지고 맛있는 드래곤을 훔친 건, 적어도 이날은 젠지와 김건부였다.

부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