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들이 정치·경제 구조의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기독교 선교도 이에 맞게 역할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장훈태 아프리카미래학회 회장(백석대 은퇴교수)은 13일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아프리카미래학회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범아프리카주의 3.0은 단지 아프리카의 주권 회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선교에도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흐름”이라며 “이제 아프리카는 더는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미래를 설계할 동역자”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범아프리카주의 3.0 시대 아프리카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장 회장은 발표에서 범아프리카주의의 흐름을 세 시기로 구분했다. 1.0 시대는 식민 지배에 저항하며 민족 해방과 독립을 추구하던 시기, 2.0 시대는 독립 이후 각국이 국가 체제를 정비하고 서구 질서에 편입되던 시기였다. 그리고 현재의 3.0 시대는 외부 영향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스스로 미래를 재설계하고 자주적인 목소리를 내는 단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현재 약 14억 2000만명으로 유엔은 2050년까지 25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인구 증가의 중심축이 아프리카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르완다는 2024년 기준 연 7%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빈곤율은 2006년 57%에서 최근 38%까지 낮아졌다.
서아프리카의 말리·니제르·부르키나파소는 프랑스 중심의 ECOWAS(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를 탈퇴하고, 올해 초 ‘사헬국가연방(AES)’을 창설했다. 이들은 프랑스·미국·유엔 소속 약 6,000명의 병력을 철수시키고 독자적 안보 체계를 구축 중이다. 장 회장은 이를 “과거 식민 종주국 중심 질서로부터의 실질적 이탈”로 평가하며 “아프리카가 외부 개입 없이도 질서와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르완다의 사례도 주목됐다. 그는 “1994년 대학살의 상흔을 딛고 동아프리카 최고의 질서와 성장 모델로 떠오른 것은 내부 통합과 의지의 결과”라며 “이제는 아프리카 내부에서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범아프리카주의 3.0 시대에 선교가 기존 방식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장 회장은 “그동안 선교는 서구가 주도하고 아프리카는 수혜자로 설정된 일방적 구조였지만, 이제는 상호적 파트너십으로 재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학적 해석, 문화 수용, 공동체 조직 등에서 아프리카인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선교 방식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지인을 위한 사역이 아니라 현지인이 주도하는 사역을 어떻게 동반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단기선교 중심 구조에 대한 재검토도 요청됐다. 단기적 투입으로 변화나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아프리카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아프리카 교회와 리더십이 자기 목소리로 세계교회를 향해 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결하는 것이 오늘날 선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아프리카의 주요 현안을 다룬 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임기대 부산외대 교수는 ‘케미 세바와 이브라힘 트라오레 비교 분석을 통한 서아프리카 구도 변화’를, 김계리 한국외대 연구교수는 ‘앙골라의 주체적 외교 실험’을 각각 발표했다. 이외에도 수단 내전과 난민 이동, 종교 공간의 재구성 등 아프리카 내부의 긴장과 가능성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발표가 진행됐다.
행사에 앞서 열린 예배에서 이정서 전 안양대 신학대학장은 “아프리카를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은 연구와 실천, 선교 모두에 주어진 명령”이라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한 모든 노력은 사랑에서 시작된다”고 설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