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공회의 상징적 수장의 자리에 여성이 공식 허용된다는 최근 발표는 교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된다. 세계 기독교계의 성평등 논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대한성공회에 따르면 최근 캔터베리 교구가 차기 캔터베리 대주교 후보 자격에 ‘남성 또는 여성 모두 지원 가능하다’고 명시한 ‘필요성 진술’ 공식 문서에는 캔터베리 교구의 총감사제인 윌 아담을 비롯한 교단 내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또 최근 열린 성공회 국제회의인 관구장 회의와 성공회협의회에서도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 가능성이 논의됐다.
이는 영국 성공회가 14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도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캔터베리의 대주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며 남성 독점 구조를 공식적으로 폐기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역사적 결정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대규모 의견 수렴 과정의 결과로 알려졌다. 1만1000명 이상의 신자와 관계자들이 참여한 공개 설문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여성 대주교 가능성은 세계성공회의 여러 관구에서 이미 현실화됐다. 미국 성공회에서는 2006년 세계성공회 최초의 여성 관구장(대주교)이 선출됐으며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도 여성 주교는 물론 대주교나 관구장이 임명된 사례가 있다. 남아공 케냐 남수단 등 아프리카 관구에서도 여성 주교 서품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성공회는 2014년 여성 주교 임명을 허용한 바 있다. 대한성공회엔 아직 여성 주교가 나오지 않았다.
케이 골즈워디는 2018년 호주 퍼스 대주교로 임명된 최초의 여성 대주교다. 그는 2024년 2월 한 회의에서 “여성이 캔터베리 대주교가 되는 것이 이제는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라고 예견했다.
차기 캔터베리 대주교 선정을 위한 위원회는 올해 5월 회의를 열었고, 7월과 9월 두차례 더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06대 캔터베리 대주교 지명 발표는 2025년 가을로 예상된다. 영국 배팅업체들은 현재 쳄스포드 주교인 굴리 프란시스 데카니를 차기 캔터베리 대주교 최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58세인 프란시스 데카니는 이란에서 태어나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피난했다. 1980년 오빠가 피살되고 부친(당시 이란 성공회 주교)에 대한 암살 시도가 겪은 뒤 영국에 정착했다. 1999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세계 8500만 성공회 신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세계성공회의 상징적 수장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