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물인 퍼걸러(흔들의자)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가 2년이 지났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안전관리 체계의 근본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공급자 중심의 계약과 인증에 치우쳐 있어 소비자, 특히 어린이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23년 6월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초등학생이 퍼걸러 그네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사고 원인은 퍼걸러의 기초와 고정부가 부실하게 시공된 데 있었다. 철제 기둥이 ‘칼로 자른 것처럼’ 떨어져 나간 구조적 결함이 확인되면서, 공공시설물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내 퍼걸러는 ‘주민편의시설’로 분류돼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상 정기점검 대상에서 제외되고, 관련 법령의 이원화로 관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어린이 안전을 위한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증제도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퍼걸러에는 국가 표준(KS)이 없어,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의 단체표준(SPS)이 사실상 유일한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표준 인증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심사 과정에서 특정 심사위원에게 심사가 집중되는 등 제도 운영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공공기관의 제품 구매 시 허술한 단체표준을 재검토하고, 1단계로 공인시험기관의 구조안전성 시험성적서 제출과 내구성·기초 앵커링 시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2단계로 품질보증조달품 인증제품으로 확대하고, 제조업체의 품질경영과 공정관리 등 종합적 품질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제조사의 품질관리 인력 자격 강화, 현장 설치관리 인증, 구조계산서 의무화, 설치 후 1년마다 자율점검 및 전문기관의 안전점검 의무화 등 기술기준과 점검체계의 전면적 강화가 요구된다.
업계는 단계적 제도 개선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품질보증조달품 인증제품으로 전환해 혜택을 확대하는 한편, 검사비용 절감과 기업 부담 완화, 신인도 기술인증 가점 부여 등 실질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계산 기반의 과학적 설계와 체계적 인증시스템으로 사고 재발을 막고, 공공시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며 “공공조달 단계부터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안전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품질보증조달품 인증제품을 소비자 안전기준으로 전환을 통해 안전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