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정시, 이과생이 절반 넘어…‘문과 침공’ 현실화

입력 2025-06-13 10:15

통합수능 체제에서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초등교사 양성 기관인 교육대학교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올해 전국 10개 교대 및 초등교육과의 정시모집 합격생 중 절반 이상이 이과 수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10개 교대 및 초등교육과의 2025학년도 정시 합격생의 수학 선택과목을 분석한 결과 합격자의 56.0%가 이과 과목인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는 통합수능의 구조적 문제가 지적된다. 현행 수능 체제에서는 선택과목의 난이도와 응시 집단의 학력 수준에 따라 표준점수가 보정된다.

실제로 ‘미적분’과 ‘기하’는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꾸준히 높게 나타났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는 그 격차가 11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높은 표준점수를 획득해 정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별로 편차는 존재했다.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는 정시 합격생의 93.9%가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자로, 이과생 쏠림이 가장 심했다. 그 뒤를 이어 경인교대(70.8%), 대구교대(67.0%) 이화여대 초등교육과(62.0%) 등 다수 대학에서 이과생 비율이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서울·경인권 2개 대학의 평균은 70.1%로, 지방권 8개 대학 평균인 53.1%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반면, 춘천교대(46.2%)와 공주교대(42.9%)는 ‘확률과 통계’ 선택자 비율이 더 높았다. 서울교대, 전주교대, 진주교대 등 3곳은 합격생의 선택과목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대학에서 나타나던 ‘문과 침공’이 교대에서도 강하게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 현상은 이제 상위권뿐 아니라 중위권 대학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 통합수능 체제가 유지되는 2026, 2027학년도 입시까지 이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교대를 목표로 하는 문과 학생이라면, 정시의 불리함을 인지하고 수시에 더 집중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