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첨단기술제품 공급망에서도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2일 발간한 ‘글로벌 첨단기술제품(ATP) 공급망 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미국 수입시장 내에서 정보통신, 바이오, 전자, 생명과학, 광학 등 첨단기술제품의 중국산 비중은 46.4%에서 16.3%로 30.1%포인트 줄었다.
이 기간 미국 첨단기술제품 수입시장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 +9.5%포인트), 대만(+7.9%포인트), 유럽연합(EU, +7.0%포인트) 등이 비중을 늘리며 중국을 대체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첨단기술제품 수입시장 점유율이 1.7%포인트 증가한 4.0%에 그쳤다. 점유율 9.4%를 차지하는 전자를 제외한 다른 4개 부문이 낮았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사회연결망 분석(SNA)을 통해 20개 주요국의 글로벌 첨단기술제품 공급망 영향력과 연결 능력을 분석한 결과 미·중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조사 기간 글로벌 5대 산업 공급망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유했지만, 중국은 수출 공급망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우며 급부상했다.
국가 간 첨단기술제품 공급망 연결 능력(매개성) 측면에서는 미국이 4대 품목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전기차 등 전자 부문에서 미국을 제치고 공급망 매개성 1위로 올라섰다. 해당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교역 국가가 더 많아 공급망 네트워크 내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첨단기술제품 공급망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이뤄졌다. 미국과 중국은 5대 품목 모두에서 별도 공급망 클러스터로 분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미국과의 디커플링에 대응해 유럽과는 정보통신 및 바이오 부문, 아시아와는 전자·생명과학·광학 부문의 결집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한국의 경우 정보통신과 바이오 부문은 미국, 전자·생명과학과 광학 부문은 중국과 같은 클러스터에 속해 품목별로 협력 대상이 달랐다. 보고서는 5대 품목에서 한국이 EU와 서로 다른 클러스터에 속해있어 향후 EU와의 교역 및 협력 확대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미·중 기술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교차점에서 전략적 포지셔닝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