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상황인지라 작심하고 한국교회에 직설했다. 그래선지 지금껏 펴낸 그 어떤 책보다 반응이 양분되고 있다.”
최종원(54)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교수가 신간 ‘거꾸로 읽는 교회사’(복있는사람)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역사학자인 최 교수는 “올 초 우리 사회의 혼란 한 가운데를 한국교회가 점유했다”며 “(이에 관한) 진지한 논의 없이는 한국교회의 내일을 담보하기 어렵겠다고 여겨 조금 매운 글을 썼다”고 했다. 최근 중쇄를 찍은 이 책의 저자 최 교수를 지난 10일 이메일로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매운 글’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책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6개월간 한 기독 월간지에 ‘역사, 목회자들에게 묻다’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다듬은 것입니다. 1차 독자가 목회자인 셈인데요. 역사란 도구로 한국교회의 돌파구를 찾는 제 문제의식에 어떤 반응이 나올까 긴장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결국 한국교회를 향한 진심은 통한다는 안도감을 경험했습니다. 이번 책 독자들의 반응도 이를 확인해 주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목이 ‘거꾸로 읽는 교회사’ 인데, 무엇을 거꾸로 보는 걸까요.
“저는 신학자가 아닌 일반 역사학자입니다. 이 책은 한국교회에서 다소간 외부자라 할 수 있는 제가 내부자인 교회를 역사학적 관점으로 읽어나가는 시도이기에 이 행위 자체를 ‘거꾸로 읽는’ 것으로 본 셈이지요.
제 전공은 중세 유럽사인데, 유럽 학계선 ‘모든 중세사가는 교회사가’고 합니다. 교회를 빼고는 중세인의 삶에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없으니까요. 종교가 없는 학자의 경우 사회사와 문화사적 관점으로 접근해 (교회를) 연구하는데, 저는 이런 시도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종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현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서요. 서구 교회사는 지금도 이러한 시선으로 활발히 기술되고 있습니다.”
-책은 서양사 20장면 속 교회의 거취를 다룹니다.
“책의 순서는 ‘익숙한 것을 거꾸로 읽어보자’는 의도로 배열한 것입니다. 개신교인에게 가장 익숙하면서 신앙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성경’과 ‘주일예배’겠지요. 이를 낯선 시선으로 보고자 1장과 2장에 이들 주제를 넣었습니다.
여성 참정권 운동 등 사회적 맥락에서 중요했던 사건 당시 교회는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주제 선택의 주요 기준이었습니다. 교회는 홀로 존재하는 섬이 아닌, 사회와 교감하며 자신의 역할을 오롯이 찾고 실천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까.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떠난 청교도와 영국 성공회의 입장을 뒤집어본 주제인 ‘온전한 낚시꾼과 온전한 기독교인’이 기억에 남습니다. 청교도의 지나친 전투적 영성을 영국 성공회 입장에서 바라본 글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목소리 큰 소수가 전체를 과잉 대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와 고민을 반영해 보고자 소개했습니다.”
-쓴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일선 목회자와 성도들은 외부에서 본 저보다 더 고민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전투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부 교회의 행태에 충격을 받은 이들도 적잖을 것이고요.
제가 영향력이 큰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한국교회에 대해 직언하지 않으면 사회의 부정적 시선과 오해를 넘어설 수 없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어 작심하고 쓴 글입니다. 그저 제 진심이 전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 사회서 한국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과학이 발전하고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종교가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인간은 존재론적 불안을 경험합니다. 이를 고등 종교가 보듬지 못하면 주술과 미신 등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런 종교성 추구와는 달리 고등 종교는 자기 중심성을 극복하고 보편적 인류애에 관심을 둡니다.
한국교회가 공공의 역할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의 윤리와 도덕의 담보자로서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인류애가 존재함을 보여주십시오. 이럴 때 사람들은 한국교회에 다시 시선을 맞출 것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