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조끼 입은 이들, 시장서 종량제 봉투 나눈 까닭

입력 2025-06-12 16:10 수정 2025-06-12 16:27
전도훈련에 참여한 기감 서울연회 소속 교인(오른쪽)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에서 행인에게 전도지와 종량제 봉투를 전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 나눠드려요. 교회 다니세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골목. 초록 조끼를 입은 중년 여성들이 상인들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서울연회(감독 김성복 목사)와 선교국이 주최한 ‘전도꾼 만들기’ 프로젝트 5주 차 현장이다.

앞서 오전 10시부터 성동구 꽃재교회(김성복 목사) 샤론홀에서는 전도 세미나가 열렸다. 강단 위에 걸린 ‘평신도 전도꾼 만들기’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서울연회 소속 각 교회 담임목사가 추천한 100여명의 성도들이 자리를 메웠다. 세미나는 총 8주간 이어진다.

윤석렬 대조감리교회 목사가 12일 서울 성동구 꽃재교회에서 '현장전도'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현장 전도’를 주제로 윤석렬 대조감리교회 목사가 맡았다. 윤 목사는 “영혼 구원은 교회의 선택이 아니라 존재 이유”라며 “복음 전도는 점점 기피되는 활동이 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전도를 교회의 부차적인 일이 아니라 본질적인 사명으로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겉보기와 달리 내적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복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 후 참가자들은 초록색 전도 조끼를 입고 조별 실습에 나섰다. 6개 조가 시장, 지하철역, 아파트 단지 등 6곳의 전도 현장으로 흩어졌다. 지역별 특성과 유동 인구 분석을 바탕으로 설계한 6곳을 매주 다른 조가 찾아가 전도에 나선다. 지하철역 인근에는 어르신 대상 ‘차 전도’,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에는 ‘사탕 전도’, 아파트 단지에는 가족 단위 전도 대상을 위한 ‘건빵 전도’를 배치했다. 운동하는 이들이 많은 하천변에서는 ‘생수 전도’, 시장에서는 ‘종량제 봉투 전도’, 교회 인근에서는 ‘빗자루 전도’가 펼쳐졌다.

전도훈련에 참여한 서울연회 소속 교인들이 12일 서울 성동구 꽃재교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일보는 시장 팀에 합류했다. “우리는 영혼 구원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거듭났다!” 출발 전 임현미 꽃재교회 교구 담당 전도사의 선창에 따라 12명의 조원이 구호를 외쳤다. 승합차에서 내린 전도팀을 반긴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은 평일 오전임에도 북적였다. 전도팀은 골목마다 흩어져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대화를 여는 무기는 종량제 봉투였다.

상인들은 대부분 가볍게 인사하며 전도지를 받았다. 자칭 ‘초보 전도자’라는 김옥형 하늘이음교회 집사는 “젊은이들은 뭘 줘도 잘 안 받지만 어르신들은 받아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김 집사는 “먹는 것보다는 종량제 봉투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품이 전도 대상자들에게는 더 반가운 모양”이라며 “교회로 돌아가 전도를 할 때 이번 훈련에서의 경험을 참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교회에서 온 김명수 권사의 조끼 안쪽에는 상황별 멘트를 정리해 둔 메모장이 들어 있었다. 김 권사는 “전도 현장에 자주 나가고 있지만 부쩍 교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전도훈련에 참여한 서울연회 소속 교인들이 12일 서울 성동구 꽃재교회 인근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꽃재교회 제공

교회 인근에서는 ‘금빛 전도팀’이 빗자루를 들고 거리 정리에 나섰다. 꽃재교회는 빗자루 색을 따 ‘금빛 전도’라고 이름 붙였다. 임현미 전도사는 “청소하는 교인들의 모습을 보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주민이 많다”며 “복음은 말보다 섬김으로 전할 때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복음 전도에 대한 한국교회의 열정은 뜨겁지 않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와 21세기교회연구소가 발표한 ‘기독교인 유형별 신앙 행동 분석’에 따르면 ‘복음 전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2%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58%는 전도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한국교회 전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도들이 전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전도할 용기가 없어서’(25%)였다. 윤 목사는 “복음을 꺼낼 수 있는 용기와 말을 건넬 수 있는 확신, 그리고 다가가는 법을 익히는 훈련이 절실한 시대”라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