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 공사가 중단됐다. 강원도 양양군이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위한 이행계획서를 국가유산청에 제출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가유산청은 최근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무단 공사 사실을 확인하고 군에 공사를 일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이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현상 변경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 관련 보고’에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5월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에 대해 무장애 탐방로 구간의 식생 훼손 최소화, 희귀식물의 현지 외 보전 방안 강구, 암석 보호 및 지주 안정성 확보 등을 조건으로 현상 변경을 허가한 바 있다.
그러나 군은 공사에 앞서 선행해야 할 착수신고서,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계획을 국가유산청에 제출하지 않고 지난 9일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시작했다. 이식대상은 만병초, 분비나무 등 19종, 700개체다.
이를 확인 한 국가유산청은 공사 중단 지시와 함께 희귀식물 이식 공사 이행계획을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군에 보냈다. 이에 군은 공사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지주 설치 등 후속 공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이 의원실에 “희귀식물 보전 방안은 물론 조건부 허가사항 전반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거쳐 철저히 검토할 예정으로, 조만간 현장 조사를 하고 이행 상황 점검 등 사후관리도 엄정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계획서에 대한 전문가 검토와 현장 점검 등 사후관리 절차가 철저히 이행되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양양군 관계자는 “관련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어 공사 재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국가유산청의 이행상황 점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빠른 시일 내 공사가 재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케이블카 사업은 역대 정부를 거치며 사업 추진, 보류, 재추진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이후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행정심판 등으로 지체, 추진을 반복하다 지난해 첫 삽을 떴다.
케이블카는 설악산 서면 오색리 하부정류장부터 끝청(해발 1430m)까지 3.3㎞ 구간에 놓인다. 8인승 곤돌라 53대가 편도 15분의 속도로 운행한다. 시간당 최대 825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 상부 정류장에는 산책로와 전망대가 조성된다. 내년 가동이 목표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