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전력 부족으로 고전력 인공지능(AI) 연구시설 수용이 어려운 반면, 부산은 전력 공급이 가능함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의 연구 인프라 유치를 위한 정책적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의원(국민의힘·부산 사상구)은 12일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대학 고전력 연구시설 전력 증설 신청 현황(2022년 1월~2025년 4월)’을 분석해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대학이 신청한 전력 증설 건수는 총 18건으로, 이 중 실제 전력 공급이 완료된 사례는 3건(17%)에 그쳤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4월 한국전력 부산울산본부에 1건이 접수됐고, 2만㎾ 규모의 공급 가능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시설은 아직 전기 사용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경기본부 3건, 남서울본부 1건 등 총 4건이 ‘인근 변전소의 공급능력 부족’을 이유로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은 물리적으로 추가 전력 공급이 어려운 구조임이 드러난 셈이다.
부산은 변전소 여유 용량과 전력 공급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공급 가능 판정을 받고도 실제 연구시설 유치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제도적 유인과 사업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회 불발 지역'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서울본부와 남서울본부 관할 사례에서도 일부 공급 가능 판정이 있었지만, 대부분 전기 사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인허가 지연, 설치 비용 부담, 사업성 부족 등이 공통된 걸림돌로 지목됐다.
정부는 2023년 6월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공공 연구시설에 대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공급 지연 해소나 실질적 유치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AI 특구로 지정된 서울 양재, 강원, 대구 등 3곳 모두 전력계통 특례는 적용되지 않았으며, 고전력 인프라와의 연계 사례도 없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AI 산업은 전력을 먹는 산업이지만, 수도권은 물리적으로 줄 전기가 없다”며 “변전소 용량이 남아 있는 지방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고전력 기반 AI 연구 특구를 조성하고, 연구시설의 지방 이전을 유도할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공급 가능 판정이 실제 유치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전력 인프라 확보를 넘어, 행정 절차 간소화, 재정 인센티브, 연구 수요 연계 전략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은 “대학은 국가 혁신의 전진기지이자 AI 산업의 핵심 기반”이라며 “지방의 전력 인프라 여건을 실질적인 성장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정책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