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역사관 NO… 할머니 손때 묻은 성경책 보듯 친숙하게”

입력 2025-06-12 14:56
손승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사무국장이 12일 서울 은평구 문화관에서 독립 운동 당시 사용된 태극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 무늬와 건곤감리를 그려 만들었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 끝자락에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관장 안교성 목사)이 들어선다. 오는 8월 개관을 앞둔 문화관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역사가 아니라 누구나 겪었을 법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친숙한 공간으로 준비되고 있다.

12일 미리 찾은 문화관은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상설전시실 한 곳과 기획전시실 두 곳으로 구성됐다. 세미나실 회의실 휴게실 등 관람객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도 마련됐다.

서울 은평구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전경.


상설전시실은 ‘신앙이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주제로 한국에 기독교가 전파됐을 때부터 부흥기를 거쳐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독교의 다양한 역사를 담아냈다. 외국 선교사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신앙을 가졌던 선배들의 성경과 민족운동에 앞장섰던 기독교인의 태극기, 해방 직후 사회 재건 운동을 펼치며 배포했던 각종 포스터 등도 전시될 예정이다.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에 앞장서고 엑스플로74 등으로 대규모 부흥 운동을 펼쳤던 과거는 물론 비교적 최근인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봉사 내용도 공개된다.

손승호 사무국장은 “어렵고 무거운 역사 자료보다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때가 묻어있을 것 같은 실생활에 가까운 자료들을 전시한 것이 다른 박물관과의 차이점”이라며 “앞으로 비기독교인들도 기독교 역사를 쉽게 알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료 전시뿐 아니라 관람객과 양방향 소통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월과 그래픽 자료들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내 기획전시 '아주 보통의 주말' 모습.


기획전시관은 좀 더 가벼운 내용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아주 보통의 주말’을 주제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안식일을 휴식의 의미와 연결했다. 주말이 일요일을 주일로 지키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정착되었음을 알리고 기독교인의 주일 생활은 세상을 벗어나 영과 육에 쉼을 주는 방법임을 설명한다. 캠핑이나 맛집 탐방처럼 관람객만의 휴식 방법을 공유하고 나누는 공간도 마련된다.

문화관 건립은 2011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위원회에서 시작해 한국교회 전체 연합 사업으로 확대돼 진행됐다. 정부 지원금을 기반으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가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YWCA연합회 한국월드비전 한국대학생선교회 등 다양한 기관들이 사료를 기증했다. 개인 릴레이 기증도 이어져 현재까지 32명이 1200여개의 사료를 맡겼다.

손 사무국장은 “향후 문화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면서 “소중한 기독교의 역사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교회나 성도들이 간직하고 있는 귀한 사료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