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현역 시절 ‘영원한 리베로’라 불렸다. 그는 선수로만 네 차례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아시아 최고의 중앙 수비수이자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지도자 커리어는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실패 등 크고 작은 아픔을 겪은 끝에 다시 한번 감독으로 세계 최정상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홍 감독은 내년 6월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홍 감독은 대회 본선까지 남은 1년 동안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지속적인 선수 발굴과 관리는 물론 홍명보호만의 축구 색깔을 찾는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선수 은퇴 후 다소 굴곡진 축구 인생을 살았다. 그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으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 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았다.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둔 2013년 6월이었다. 본선 성적은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선수 선발, 전술 부재 등 지적도 잇따랐다. 홍 감독은 자진 사임했던 브라질 대회 직후를 축구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거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2021년부터 프로축구 울산 HD 사령탑을 맡아 K리그1 3연패의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대표팀 감독 복귀 과정에서 특혜 선임 논란이라는 큰 잡음에 휩싸였다. 축구팬들의 냉대 속에 월드컵 3차 예선에 돌입했던 홍 감독은 10경기 무패(6승4무)를 달성하며 본선으로 향하게 됐다.
11일 협회에 따르면 홍 감독은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월드컵 본선을 지휘하는 지도자다. 홍 감독은 전날 예선 최종전을 마친 뒤 “내년 6월 어떤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느냐가 핵심이다. 10여년 전엔 결과적으로 그 부분을 놓쳤다”며 “지금은 훨씬 다양한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 선수들의 특성과 특징, 관계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선수를 두루 살피지 못했던 지난 브라질 대회의 실패를 언급하며 이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홍 감독은 올 하반기부터 이어질 평가전 등을 통해 베스트 라인업을 추리고, 대표팀 운영 전반에 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오는 12월 본선 조 추첨 이후에는 상대팀에 따른 맞춤형 전술 준비, 경기 상황별 선수 조합 등 세부적인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