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소리꾼, 고수 그리고 귀명창으로 완성됩니다. 우리 고유의 소리인 판소리를 더욱 깊게 이해하는 관객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열린 판소리 국가무형유산 지정 60주년 기념 특별 공연 ‘2025 판소리 합동공개행사-득음지설’(이하 ‘득음지설’) 간담회에 참석한 판소리와 고법(판소리에 맞춰 고수가 북으로 장단을 연주하는 것) 보유자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이다. 오는 26~28일과 7월 3~4일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리는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 주최 ‘득음지설’에는 현존 판소리와 고법 보유자 12인이 총출동해 눈대목(판소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들려준다.
판소리는 지난 1964년 국가무형문화유산 제5호로 지정되어 보존 및 전승되고 있다. 그리고 소리와 함께 전승되고 있는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의 다섯 마당에 각각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속칭 인간문화재를 1명씩 지정했다. 하지만 판소리의 경우 유파가 다양한 데다 제자 양성을 위해 국가무형유산 복수 지정이 필요하다가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악계의 오랜 노력 끝에 2020년 복수 지정이 이뤄졌다. 현재 김수연(77‧수궁가), 김영자(74‧심청가), 김일구(85‧적벽가), 송순섭(86‧적벽가), 신영희(83‧춘향가), 안숙선(76‧춘향가), 윤진철(60‧적벽가), 이난초(64‧흥보가), 정순임(83‧흥보가), 정회석(62‧심청가), 김청만(79‧고법), 박시양(63‧고법)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지정돼 있다. 이들이 모두 모이는 것은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는 송순섭, 신영희, 안숙선 명창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정순임 명창은 “최고 명인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우리 전통예술 판소리를 해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고, 김수연 명창은 “이런 자리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앞으로 자주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명창과 명고들은 판소리와 고법을 익히고 전승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화를 공개했다. 특히 김일구 명창과 부부 사이인 김영자 명창이 경북 대구 출신인 것이 화제를 모았다. 소리꾼 상당수가 판소리의 고향인 호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영자 명창은 “그동안 ‘경상도 사람이 판소리를 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전라도 말을 확실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리고 경상도에도 판소리 애호가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명창과 명고들은 판소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조했다. 2020년 판소리 보유자로 지정된 김일구 명창은 “여든 넘은 나이에 보유자가 됐다. 앞으로는 젊은 사람을 뽑아 판소리가 더 퍼지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교 교육 과정에 판소리의 비중이 낮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시영 명고는 “판소리는 평생에 걸친 소리꾼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제자를 통해 거듭되며 전승되는 만큼 서양음악 기준으로 감상해서는 안 된다”면서 “초등학교부터 판소리를 배워 귀명창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