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개신교 교단, 동성결혼 판례 철회 촉구 결의안 채택

입력 2025-06-11 13:07
클린트 프레슬리 SBC 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2025년 SBC 연례총회에서 오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SBC 제공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SBC)가 동성결혼을 적극 금지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고 A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침례회는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연례총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전국적으로 인정한 2015년 연방대법원의 ‘오버거펠 대 호지스(Obergefell v. Hodges)’ 판결과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모든 관련 법과 판례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총회에는 교단 소속 1만여명의 교회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오버거펠 대 호지스’ 판결은 동성결혼이 헌법에 따른 기본권에 속하는지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례다. 당시 대법원은 “동성결혼은 합법이며 동성결혼이 합법이었던 다른 주에서 동성결혼을 한 사람은 모든 주에도 인정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남침례회가 채택한 결의안은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면서 “성경에서 하나님이 정하신 결혼과 가정의 질서에 반하는 모든 법적·사법적 결정을 뒤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결혼, 성, 인간 생명, 가족에 대한 창조와 자연법의 진실을 반영하는 법률을 통과시킬 의무가 있으며 하나님께서 자연과 성경을 통해 분명히 밝히신 것과 모순되는 법률에 반대할 의무가 있다” “결혼과 출산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짐이 아닌 축복으로 여기라”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다만 결의안은 ‘금지’라는 표현 대신 법률 및 판결의 철회를 요구하는 형태로 작성됐다.

남침례회가 채택한 이 결의안은 동성결혼의 법적 근거로 작용하는 모든 관련 판례와 법률을 전면적으로 철회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성애에 관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교단 결의안위원장인 앤드루 T 워커 남침례신학교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의안은 남침례회가 동성결혼을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판결을 뒤집으려면 핵심적 법적 근거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결혼 문제 뿐만 아니라 스포츠 베팅, 저출산 등과 같은 사회적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남침례회는 스포츠 베팅을 ‘유해하고 약탈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현대 문화가 “출산율 감소에 기여한다”고 지적하면서 온전한 결혼 가정 내에서 자녀를 낳고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