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힘들어” 처자식 죽음으로 내몬 40대 가장 구속 송치

입력 2025-06-11 11:41 수정 2025-06-11 13:28
생활고를 비관해 처자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지모(49) 씨가 4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억대 빚 등 생활고에 시달려 힘들다는 이유로 처자식을 죽음으로 내몬 40대 가장이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살인 및 자살방조 혐의를 받는 지모(49)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지씨는 지난 1일 새벽 1시 12분쯤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에서 고등학생 두 아들과 아내가 탄 차량을 바다로 돌진시켜 두 아들을 살해하고,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씨는 범행에 아내가 처방받은 수면제를 사용하는 등 아내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 현장 노동자였던 지씨는 앞서 지난 2월 노동청에서 임금체불 조사를 받았다. 지씨는 여러 인부를 데리고 다니면서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였는데, 지불받지 못한 공사대금 때문에 인부들에게 3000만원 상당 임금을 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씨는 노동청 조사에 따른 구속 우려 등 신병 처리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 카드빚 등 2억여원의 채무가 연체되자 아내와 공모해 일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정작 차량이 바다에 빠지자 무서움을 느껴 열린 창문 틈으로 홀로 탈출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 후 인근 야산에서 하룻밤을 노숙한 그는 2일 오후 3시38분쯤 근처 가게 주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형에게 연락, 형이 지인에게 대신 차편을 부탁해 광주로 도주했다가 범행 44시간여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