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하고 결핵 퇴치에 헌신한 의료선교사 셔우드 홀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 강원도 고성에서 문을 연다.
고성군은 19일 거진읍 화진포에서 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공간 개관식을 개최한다.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의료, 교육, 인도적 나눔을 실천한 셔우드 홀과 그 가족의 헌신을 기리고자 조성한 공간이다.
군은 화진포 생태박물관을 리모델링해 ‘셔우드 홀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문화공간은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셔우드 홀의 삶과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1층은 조선에서 의료인 양성과 장애인 교육을 이끈 셔우드 홀의 어머니 로제타 홀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으로 꾸며졌다.
2층은 셔우드 홀의 의료 선교 활동과 조선에서의 삶을 중심으로 한 전시공간으로 채워졌다.
3층은 크리스마스 실, 관련 유물 전시공간, 카페 공간이 조성됐다. 4층에는 화진포 호수와 해변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들어섰다.
군은 2023년 4월 기독교대한감리회, 로제타 홀 기념관, 대한결핵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문화공간 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셔우드 홀의 부모인 제임스 홀과 로제타 홀은 일제강점기 고아, 시각‧청각 장애인, 결핵 환자, 여성을 위해 병원과 학교, 교회를 세운 캐나다 의료선교 가족이다.
셔우드 홀은 18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1928년 황해도 해주에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 요양소인 구세요양원을 세우는 등 당시 최대 전염병이던 결핵 퇴치에 온 힘을 쏟았다.
1932년에는 결핵 퇴치기금을 모으기 위해 국내 첫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했다. 1938년 고성 화진포해변 인근에 ‘화진포의 성’을 만들어 선교사 휴양소로 활용했다.
1941년 일제에 의해 친미간첩 혐의로 추방됐다. 1991년 캐나다에서 생을 마친 그는 서울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부모와 함께 안장됐다.
함명준 군수는 11일 “셔우드 홀 가족은 세대를 이어 의술을 통해 기독교 정신을 실천한 의료선교 가족”이라며 “그들이 펼친 사랑과 헌신의 여정을 되짚으며 기억과 치유,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