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도 긴장과 공포 높아져…트럼프식 이민 단속 상황 악화”

입력 2025-06-11 08:43 수정 2025-06-11 08:55
스티브 강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이사장이 1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강경 불법 이민 단속에 나서면서 로스앤젤레스(LA) 한인사회의 우려와 긴장도 커지고 있다. 스티브 강(39) LA 한인회 이사장은 10일(현지시간) LA 코리아타운 한인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 등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LA에서 이민 단속이 확산하면 한인들도 표적이 될 우려가 크다”며 “범죄자와 단순 서류 미비자를 가리지 않는 이민 단속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1992년 흑인 폭동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을 두고도 “한인사회가 또 희생양이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주니어가 1992년 LA 폭동 당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에 대해 우려 성명을 냈다.
“1992년 LA 폭동이 미주 한인사회 전체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데 그 아픔을 이용해서 지금 상황을 더욱더 자극하는 매우 부적절한 포스팅이라고 본다. 그래서 하루빨리 그 포스팅을 지우고 사과나 다른 조치를 했으면 한다. 한인사회가 이번에도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 크다. 1992년 폭동 때도 한인 사회가 흑인 커뮤니티와 경찰 간의 갈등 중간에 껴서 희생양이 됐다. 이번에도 그런 포스팅으로 한인 사회가 또 희생양이 될까 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불법 이민 단속 확대로 한인 사회도 걱정이 큰 모습이다.
“일단 지난 5일 처음 이제 이민세관단속국(ICE)에서 이민 단속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타깃 장소 중 한 곳이 대형 한인 의류 업체였다. 거기서 한인 분들도 아이디(신분증) 체크를 당해서 시민권인지 영주권인지 확인했다. 해당 의류업체에서 지금까지 파악된 것은 14명이 구금됐는데 그중에서 아직은 한인이 없다고 확인이 돼 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민 단속이 이제 확대됐을 경우 특히 LA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 인구가 있다 보니까 한인들이 거기에 또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불법체류 중인 분들은 당연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불법체류자인데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과녁을 해서 추방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단속 활동을 보면 범죄자에 더해 불법체류자와 그 가족, 특히 해당 가족이 영주권 또는 학생 비자, 시민권이 있는 분들도 함께 추방되는 사례가 계속 나오다 보니까 긴장감과 공포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것이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 입장이다.
“LA 경우만 봐도 그런 단속이 문제를 좀 악화시킨다고 본다. 범죄를 저지를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것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떠나 많이 공감한다. 하지만 그냥 이민자들을 단속해서 교통 위반이 있거나 음주운전 경력이 있어서 하나 있다고 추방을 한다, 학생 비자를 추방한다 이런 것은 좀 문제가 크다고 본다. 이번 LA 같은 경우도 시위대를 자극해서 더 많은 사람을 검거하려는 거 아닐까, 정치적인 도구로 우리를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다.”

-불법체류자 자체를 중범죄자처럼 여기는 시각이 많다.
“불법체류자보다는 서류 미비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대부분의 서류 미비자들은 미국에서 일을 하고 세금도 낸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신분 증빙 서류는 없지만 연방 정부에서 ‘I-10’이라는 세금 아이디를 받아서 세금을 내고 혜택을 받으시는 분들이 상당하다. 그리고 많은 서류 미비자 자녀들이 미국에서 태어나 합법적 신분을 취득해서 아주 건강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의 땅이다. 많은 분이 이민을 해 와서 오랜 세월을 여기에 거주해왔다. 불법 체류자라고 해도 그 자녀가 시민권자일 수도 있고 패밀리 히스토리가 다 복잡하다. 단순하게 한 명을 체포해서 추가 추방하면 끝인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LA처럼 이민자 커뮤니티 상당한 곳은 경제적 타격도 크다. ”

-ICE의 단속 방식은 어떤가?
“최근 단속한 의류업체처럼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영장을 발부받는다. 하지만 시장 등을 급습하는 것은 영장 없이 한다. 그냥 밖에서 체포하다 보니까 ICE 요원이 봤을 때 남미나 아시안이면 불법체류자일 수 있다고 본다. 현장에서 아이디나 영주권 등 증빙 서류를 소지하지 않고 있으면 그 자리에서 체포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까 긴장감과 공포감이 상당하다.”

-어떤 방식으로 이민 문제를 풀어야 하나?
“지금까지 이민 단속은 연방정부가 충분히 로컬 정부와 협력을 해서 진짜 범죄자 체포가 가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범죄자들을 우선순위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범죄자에 더해 다양한 사람들을 체포하다 보니까 지금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고 하는 그런 것도 있지만 주방위군도 주지사 동의 없이 투입하고 또는 해병대까지 동원하는 것은 정말 전례가 없다.”

로스앤젤레스=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