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자원 선순환’ 체계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탈탄소·탄소중립을 넘어서 생산-사용-폐기-재사용까지 하나의 순환고리로 잇는 구조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폐태양광 모듈 재활용 사업 브랜드 ‘에코리사이클(EcoRecycle by Qcells)’을 공식 출범했다고 10일 밝혔다. 에코리사이클은 미국 조지아주 화이트(White)에 연간 50만 장의 모듈을 처리할 수 있는 재활용 센터를 올해 하반기 착공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폐모듈 수거부터 알루미늄, 유리, 은, 구리 등의 고부가가치 자원의 분류와 추출을 진행한다. 추출된 자원은 다시 한화큐셀의 신규 모듈 생산에 투입된다.
한화큐셀은 이번 사업을 통해 미국 내 태양광 설치 붐 이후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폐모듈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미국 내 폐모듈 발생량은 2030년까지 누적 21기가와트(GW)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연방 차원의 재활용 의무화 규정은 없어 대부분이 매립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워싱턴·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州)는 관련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향후 재활용 규제 확대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에서 한화큐셀은 미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태양광 공급망 내 자원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유럽 현지에서 리사이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프랑스 메탈 재활용 1위 기업 데리시부르그(DBG)와 손잡고 북부 브뤼에르 쉬르 우아즈(Bruyères-sur-Oise)에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해당 시설은 2027년부터 연간 2만t 이상 규모의 사용 후 배터리 및 제조공정 스크랩을 전처리해 블랙 매스(Black Mass)를 생산하게 된다.
블랙 매스는 후처리를 거쳐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핵심 원료로 다시 추출돼 LG에너지솔루션의 양극재 생산 및 배터리셀 제조에 재투입된다. 유럽연합(EU)은 2031년부터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비율을 의무화하며, 2036년에는 리튬 12%, 니켈 15%, 코발트 26%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내 전처리 설비를 기반으로 공급망 안정성과 규제 대응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K케미칼은 폐플라스틱, 폐현수막, 화장품 용기 등 생활 속 폐기물을 대상으로 한 고도화된 리사이클 체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울산공장에서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민간기업과 함께 폐현수막 재활용 협약을 체결했다. 수거된 현수막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통해 고분자 단위까지 분해되어 재활용 PET 소재로 재가공된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보다 품질 저하가 적어 반복 재사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