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로부터 14억원을 가로채 중국으로 송금한 중국인 유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항공사를 사칭한 가짜 사이트를 이용해 범행을 벌인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사기 조직과 공모해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 총 14억5000만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위안화로 환전한 뒤 중국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허위 항공사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돼 금전을 빼앗겼다.
사기 조직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재택근무 가능’이라는 허위 구인 광고를 올리고, 여기에 지원한 피해자들에게 항공사 발권 업무 등을 맡기는 것처럼 가장해 가짜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무료 포인트를 지급한 뒤 포인트 소진 후 ‘충전’을 명목으로 금전을 입금하게 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A씨는 한국 내 유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수수료를 회피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점을 악용해 비공식 환전업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유학생들에게 위안화를 받고, 사기 조직의 자금을 해당 유학생이 지정한 국내 계좌 또는 대학 등록금 납부 계좌로 대신 송금하는 방식으로 범죄 자금을 세탁했다. 이 과정에서 약 5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가짜 사이트에 대한 차단을 요청했으며, 범죄 공범과 수익금의 흐름에 대한 추적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식 채널이 아닌 경로로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거나, 채용 과정에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비정상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재택근무 제안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