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에 사회과학 더한다”… 연구회 띄운 의대교수들

입력 2025-06-10 16:52 수정 2025-06-10 16:59
사회과학과 의학교육 연구회가 10일 서울 중구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에는 한상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전 회장, 박훈기 한국의학교육학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정헌 기자

‘사회과학과 의학교육 연구회’(연구회)가 10일 서울 중구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연구회는 의대 교수 등 40여명이 의학 교육에 사회과학을 접목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은 노혜린 인제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한국의학교육학회 정책이사)는 환영사에서 “환자 진료를 잘하는 의사를 넘어서 시스템과 정책을 성찰하고 문제점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회 출범 배경에 대해 “정부, 환자, 의료인 모두를 위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사 리더, 의사 정책가, 의사 사회과학자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의사 집단이 환자 진료에만 집중하느라 리더십이나 정치 역량이 부족했고, 사회와 언론과의 소통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선 의료 관련 법규만 가르치지만 필요한 건 (포괄적인) 법학”이라면서 “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의사들도) 의료 법규뿐만 아니라 헌법, 형법, 민법, 계엄법 등 폭넓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혜린 연구회 초대 회장이 10일 창립총회에서 향후 연구회가 다룰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이정헌 기자

연구회 고문을 맡은 박호진 인제대 의대 교수는 “의·정 갈등이 벌어진 작년은 관료제가 지식사회를 완전히 지배한 해다. 복합적인 사회에선 의학이 나홀로 의학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사회과학 연구 교육 서비스를 통해 모두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공개했다. 사회과학은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연구회는 다양한 학문을 연결하는 통섭과 다양한 학제를 넘나드는 지식의 통합을 추구한다고 한다. 황지영 연구회 기획이사는 “연구회는 글로벌 연구기관, 최고의 연구기관, 신뢰받는 자문기관을 비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창립총회에는 의료계 주요 단체 인사들이 참여했다. 축사에 나선 한상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은 “의·정 갈등을 겪으며 비가역적 의료 붕괴와 의학교육의 허물어짐을 고스란히 목도하고 있다. 의학교육의 사회과학적 소양 부족을 뼈저리게 절감했다”며 “연구회가 (사회과학적 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해주길 가슴 벅차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훈기 한국의학교육학회 회장도 축사에서 “지속되는 의·정 갈등 그리고 학업 중단, 전공의 대규모 사직 사태는 의학교육의 지속가능성에 큰 도전을 보였다”며 “이런 상황은 의학이 과학·기술 영역에 한정된 게 아닌 사회적 관계와 제도, 문화 정책, 권력 구조 속에 작동하는 사회적 실천임을 뼈저리게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 교육은 사회 과학의 통합적 이해 없이는 전문 직업성 교육이 완성될 수 없다”며 “통섭과 융합의 철학이 담긴 실천이 앞으로 한국 의료를 정의롭고 인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