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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성자동차의 웨이젠쥔 회장은 최근 “중고차 플랫폼에서 제로(0) 마일리지 중고차가 유통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란 말 그대로 주행거리가 0인 중고차를 의미합니다. 주행하지 않은 신차를 딜러가 구입한 뒤 중고 매물에 올리고 있는 겁니다. 제값 주고 사서 낮은 가격에 중고차로 팔면 딜러 입장에선 손해일 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중국에선 현재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공급 과잉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4월 기준 승용차 재고가 약 350만대에 이를 정도여서 일부 공장은 생산을 멈췄습니다. 재고 처리를 위해선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는 이달 말까지 차량 22종에 대해 최대 34%까지 할인해서 팔고 있습니다. 지리차와 체리차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죠. JP모건은 중국 자동차 업체의 지난 4월 평균 할인율이 16.8%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행하지도 않은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해 가격을 낮춘 명분으로 활용한 겁니다.
중국 자동차 회사의 과도한 판매 압박에 시달리던 딜러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덕에 BYD의 판매량 ‘숫자’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JCS 오토모티브의 요헨 시버트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가격 전쟁’에 대해 “가장 큰 업체(BYD)가 이를 주고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BYD는 다른 업체들이 다 포기하도록 독점적 지위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을 챙기기 위해 이 같은 수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신차 등록 시 1차 보조금을 주고, 지역에 따라 중고차로 재판매할 때 추가 보조금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를 통해 추가 보조금을 챙길 수 있었던 거죠.
중국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BYD와 둥펑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플랫폼 관계자를 긴급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고차 유통 기준과 신차 등록 방식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관계자는 “가격 전쟁에는 승자도, 미래도 없다”며 “자동차 산업의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에 대한 정비 역량을 강화하고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