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복지관
2010년 경기도 시흥에서 상가교회로 출발한 사랑의은강교회는 15년이 지난 현재 지역 통합돌봄의 주체 기관이 됐다. 김윤환 담임목사는 개척 초기부터 지역사회 자원봉사 조직을 만들고 아동·청소년 돌봄부터 노인 방문 돌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역을 펼쳐왔으며, 현재는 시흥시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협의회 회원기관인 ‘시흥희망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통합돌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이 협동조합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기독교인이 주축이 되어 지역에서 소외된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돌봄 대상자의 정서, 건강, 주거환경을 종합 평가한 후 맞춤형 돌봄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의료 복지 생활 지원이 통합된 체계인 것이다. 간호사는 월 2회 방문해 복약 지도 및 건강 점검을, 의사는 월 1회 직접 방문 진료와 비대면 상담을 제공한다. 사회복지사는 주 1회 방문해 정서 평가와 서비스 연계를 맡고 있다.
돌봄 사역은 단순한 위탁 서비스가 아니다. 김 목사는 주일마다 지역 양로원을 찾아 어르신들과 예배를 드리고, 수요일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말벗 봉사를 이어간다. 그는 “통합돌봄은 결국 마을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여야 하며 교회는 이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마을 섬기는 교회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 있는 광현교회는 마을 중심 목회를 통해 또 다른 돌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호석 담임목사는 교회 인근 갈현동의 지역 통계를 기반으로 다음세대와 노년층 모두를 품는 복합공간으로 교회를 재구성했다. 주민센터와 마주한 교회는 주중엔 지역아동센터, 주말엔 토요 무지개학교, 평일 저녁엔 주민합창단과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교회는 어린이집, 실버 무지개학교, 복지 강의실을 포함하는 다목적 예배 공간을 구축했다. 주민자치회와의 협력으로 마을 음악회, 문화행사, 교육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교회 1층 카페는 자원봉사자가 운영하며 수익은 오케스트라와 청소년 프로그램 지원금으로 환원된다. 서 목사는 “단지 예배당을 짓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 숨 쉬는 공간이자 사람을 세우는 교회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교회 건축을 추진했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꿈꾸고 함께 설계한 이 공간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돌봄은 예수의 방식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대표 유성준 목사)이 10일 서울 광현교회에서 주최한 ‘2025년 상반기 서번트 목회 콘퍼런스’에서는 이처럼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교회 사례들이 발표됐다. 노인을 찾아가며 의료 돌봄을 실천하는 크리스천들과 마을 전체를 섬김의 공간으로 바꾼 도심의 교회는 예배의 자리를 마을로 옮기며 복음의 본질을 되묻고 있다.
이날 주제강의를 발표한 장성배 감신대 선교학 교수는 이 같은 흐름을 ‘예수의 서번트 목회’로 명명하면서 “교회의 정체성을 돌봄 공동체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봄을 복지 서비스가 아닌 ‘관계 안에서 이뤄지는 생명 사역’으로 정의하며 이를 위한 실천적 코칭 질문 12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교회가 지역 어르신의 이름을 부르고 그 삶에 함께할 때 하나님 나라는 이미 도래한 것”이라며 “돌봄은 전도보다 빠르게 마음을 움직이고 섬김은 교회를 다시 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