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이 주민들에게 단순한 풍경을 넘어 삶과 정서 등을 내포한 복합 문화유산의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는 9일 한라수목원에서 개최한 ‘2025 오름 콘퍼런스’에서 오름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름은 과거 봉수가 있었던 24개 오름 중 고내봉, 어도오름, 수산봉 등 10곳을 선정했다. 조사는 제주학회에 의뢰해 주민 254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26일까지 이뤄졌다. 오름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조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오름을 방문하는 이유로 ‘운동·산책’이 6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연관찰·감상’ 13.6%, ‘전통제례·의례’ 7.5%, ‘신앙활동’ 3.2% 순으로 나타났다.
오름의 지역공동체 영향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66.1%로, ‘부정적’이라는 응답 5.1%보다 훨씬 많았다.
응답자의 51.2%는 거주지 주변 오름을 ‘신성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67.7%는 ‘오름에 당, 사찰, 포제단 등 신앙 시설이 존재한다’고 인식했다. 58.3%는 ‘오름에 얽힌 전설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오름이 신성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지역공동체의 기억과 전승이 깃든 장소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름이 마을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전체의 66.1%, ‘오름이 마을을 지켜준다’는 응답은 44.5%에 달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에서 오름을 보호적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응답자의 40.9%는 ‘오름이 마을경제에 기여한다’고 답했으며, 64.2%는 ‘오름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오름이 마을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가치로는 ‘자연환경’ 37.3%, ‘건강활동’ 22.3%, ‘문화적 유산’ 18.4%, ‘신앙 등 정신적 가치’ 5.2%로 나타났다.
이는 오름에 대한 주요 가치가 신앙활동이 이뤄지는 신성한 공간에서 운동·산책을 하는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름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환경훼손’ 35.1%, ‘무분별한 개발’ 24.5%, ‘지역주민의 무관심’ 17.7%, ‘탐방객 증가로 인한 문제’ 13.4% 등으로 나타났다.
오름 보호를 위한 조치로 응답자들은 ‘환경보호 및 복원’ 29.6%, ‘오름 가치에 대한 주민공감대 확산’ 28.7%, ‘탐방안내 프로그램 개발’ 17.8%, ‘편의시설 확충’ 15.3% 등을 제시했다.
임재영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회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오름은 지역민의 삶과 기억 및 신앙이 오랜 세월 축적된 복합 문화경관이자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최근에는 건강활동, 자연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보다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오름에 대한 추가적인 인문학적 조사와 함께 보전, 활용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도민지원사업으로 추진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