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방탄유리 유세’ 가능케 한 주인공은?

입력 2025-06-10 13:41 수정 2025-06-10 15:02
지난달 19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앞에서 방탄유리가 설치된 유세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유세 연단에서 사용했던 방탄유리막 제작엔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의 조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주블리 김병주’에 출연해 방탄유리막 제작 일화를 전했다.

이 의원은 “경호처에 방탄 연단을 요청하려고 하니 경호처는 민주당만 못 준다고 했다. 양당이 합의하면 줄 수 있다고 했는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쪽은 필요 없다고 했다”며 “그러니 우리가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비상이 걸렸는데 방탄유리는 제작에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며 “고민하다가 윤호중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 현대차 사장이었던 공 위원장한테 연락해 현대차 방탄차량에 들어가는 방탄유리 납품회사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연결이 돼서 거의 일주일 만에 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이 대통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일주일 만인 지난달 19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유세 때부터 방탄유리막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높이 1m가 넘는 방탄유리막은 이후 이 대통령이 가는 유세장마다 설치됐다.

지난해 3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인근에서 공영운(오른쪽) 경기 화성을 후보와 함께 거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3㎏이 넘는 방탄복을 입은 채 방탄유리막 뒤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사거리가 2㎞에 달하는 러시아제 소총 밀반입 등 이 대통령을 겨냥한 신변 위협의 제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방탄 유리막은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로 광주 유세에 나섰을 때도 사용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15대 대선 유세 때 현대차가 제공한 방탄차를 타고 다녔다.

‘방탄유리 유세’를 가능하게 만든 공 전 사장은 지난해 1월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직접 영입했던 인사다. 현대차에서 전략개발팀장과 해외정책팀장, 홍보실장(부사장)을 거쳐 전략기획 담당 사장을 지냈다. 그해 총선에서 경기 화성을 후보로 나섰으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게 패했고, 이후엔 당대표 경제특보로 임명됐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