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김모(34)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학부모 공개수업 안내문을 받았다. 지난해와 달리 ‘초상권 때문에 수업 중 사진 및 영상 촬영을 일체 금지한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돼 있었다. 실제 이후 이뤄진 공개수업에 참관한 학부모들은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고 눈으로만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김씨는 10일 “학예회나 다른 행사에서 초상권 침해 우려가 있으니 유의해달라는 안내가 자주 있다”며 “딥페이크 범죄도 종종 발생하다 보니 서로 조심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공개수업 시즌을 맞아 대다수 학교에서 학부모의 행사 사진·영상 촬영을 금지해달라는 안내문을 사전에 발송하고 있다. 교사 및 학생들의 초상권 보호와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다. 지침은 ‘자녀와 사진 촬영을 희망할 경우 수업이 끝난 후 주변에 인물이 나오지 않는 쪽을 배경으로 3분 내외로 촬영해달라’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다. 공개수업은 학교별로 다르지만 상반기엔 4~6월, 하반기엔 9~11월에 주로 진행된다.
일부 학부모들은 금지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아이의 성장을 기록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표모(39)씨는 지난 4월 처음으로 자녀의 참관수업에 참석했지만 사진을 1장도 남기지 못했다. 표씨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많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전에 없던 범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보면 학교 정책도 바뀌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수 학부모의 민원으로 인해 학교 차원에서 사진을 올리는 것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초등학교 교사 권모(25)씨는 지난해 4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던 당시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에 학생들 사진을 업로드했다가 일부 학부모의 항의를 받았다. 한 학부모가 앱 채팅으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나온 사진이 너무 적다”며 “혹시 선생님의 감정이 개입된 것이냐”고 항의했다. 권씨는 “민원을 받은 이후 올해부터는 사진 올리는 것을 자제하게 됐다”며 “이후 체육대회처럼 반 전체가 다 나올 수 있는 사진으로만 선정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간혹 학교 행사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경우에도 학생 얼굴 노출을 우려하는 온라인 댓글이 많아 즉시 삭제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고 전 교급에 걸쳐 공개수업 등에서 학부모의 촬영을 금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촬영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교사·학생에 대한 초상권 침해 및 교권침해, 딥페이크 범죄로 인한 성범죄 연관성 등을 고려해 각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