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로 불렸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픽업트럭 판매 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의 타스만, KG 모빌리티티(KGM)의 무쏘 EV 등 신규 픽업트럭의 출시로 ‘신차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3517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36대 대비 239.5% 급증한 수치다. 월 판매 대수가 3000대를 넘어선 건 2022년 3월 3395대 이후 3년 만이다.
다른 차종과 비교해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5월 세단 등록 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2% 줄었고, 레저용 차량(RV)도 5.9% 감소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1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차 등록 대수는 5.2% 감소했다.
픽업트럭 시장은 2020년대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해왔다. 2018년 4만1467대, 2019년 4만2825대로 4만대를 넘었으나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로 감소했다. 2022년에는 2만9685대로 3만대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엔 1만3954대에 그쳤다.
픽업트럭 판매량은 올해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월간 판매량이 2000대를 넘긴 데 이어, 5월에는 3000대 넘게 팔렸다. 1월~5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인 6167대보다 39.4% 증가한 8598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과 2024년의 같은 기간 판매량 각각 7856대, 6167대를 웃돈다.
업계에선 올해 출시된 국내산 픽업트럭이 판매량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본다. 기아가 지난 2월 브랜드 최초로 출시한 중형 픽업 ‘더 기아 타스만’은 지난 5월 1565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월 857대 대비 82.6% 늘어난 것이다. 지난 3월 출시된 첫 전기 픽업 ‘무쏘EV’도 지난 5월 131.3% 늘어난 1166대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픽업트럭의 종류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상품성을 갖춘 신규 픽업트럭들이 출시된 것이 실구매를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픽업트럭의 다목적성도 수요가 늘어난 이유로 거론된다. 최근 출시된 픽업트럭은 SUV급 실내 공간, 중형 트럭급 적재성능을 갖췄다. 캠핑, 차박(차+숙박)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레저인구나 자재를 실어 옮겨 다니는 자영업자 모두에게 매력적이라는 차량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침체된 픽업트럭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픽업트럭은 업무와 취미 용도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당분간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