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EV) 산업이 과잉 공급과 수요 둔화로 인해 심각한 가격 전쟁에 빠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 1위인 BYD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긴급 개입에 나섰지만 상황이 쉽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브랜드 경영진들을 베이징으로 소환했다고 전했다. 이는 과잉 생산에 따른 무분별한 가격 인하로 인해 중국산 전기차의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 업계 경영진들에게 자율 규제를 지시하면서 원가 이하 판매나 과도한 할인 행위를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또한 주행거리가 0인 신차를 중고차로 판매하는 관행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이같은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업계 1위 BYD다. 일각에서는 BYD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사를 압박하며 사실상 독점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JSC 오토모티브의 요헨 지버트 전무는 “이런 방식으로 시장을 흔드는 가장 큰 플레이어는 BYD”라며 “BYD는 다른 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도록 유도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출혈 경쟁의 여파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리자동차와 바이두가 공동 출자한 신생 EV 업체 ‘지웨이’는 첫차 출시 1년 만에 생산 축소와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
업계 전반에선 이 같은 경쟁이 결국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덤핑과 경영 부실이 확산되면서, BYD의 주가도 5월 말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 존 머피는 “수요는 줄고 가격 인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며 “과잉 생산 능력을 흡수하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해외 수출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버트는 “미국 시장은 이미 닫혔고, 일본과 한국도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문을 닫을 수 있다”며 “러시아조차 상황이 녹록지 않으며, 동남아시아는 아직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