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역 밀키트’를 표방하는 색다른 콘퍼런스가 열린다. 만나교회(김병삼 목사)가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 성남 교회에서 개최하는 ‘만나IC 2025 콘퍼런스’는 22개 사역 분야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공개한다. 콘퍼런스는 개별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를 나누는 것을 넘어 교회의 사역 전반에 대한 건강한 방향성과 미래를 위한 로드맵을 한국교회와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국민일보 자문위원장인 김병삼(61) 목사는 지난 5일 제주 MJ리조트의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젊은 목회자들이 바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역 매뉴얼을 제공하고 싶다”며 “단편적 프로그램 소개가 아닌 교회 전체 사역의 로드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론이 아닌 현장 매뉴얼
이번 콘퍼런스는 각 교회의 현실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고 목회의 방향성과 실용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김 목사는 “평신도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목회자들의 강의안까지 점검하며 평신도의 관점을 녹여낸 것도 같은 이유”라며 “실제로 현장에서 (목회 방법이 통하는지) 평신도들이 이해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이는 교회의 미래 사역에 평신도가 동역자로 참여하는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나IC’는 ‘InterChange’의 약자로 각자 사명의 길을 걸어가는 대한민국의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십이 한자리에 모여 필요한 것을 공급받고 다시 각자 사명의 길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Identity Conference’라는 의미도 있는데 크리스천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함께 나누는 컨퍼런스라는 뜻을 내포한다.
콘퍼런스에서 소개되는 22개 부문의 사역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만나 스몰 게더링(MSG)’이다. 김 목사는 “앞으로 소그룹은 교회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이 스스로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만나교회의 경우 지난해 1500개의 자발적 소모임이 만들어졌고 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만나교회가 작년부터 전면 도입한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은 이번 콘퍼런스의 핵심 콘텐츠다. 김 목사는 “단순히 나이별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생애 단계별 필요에 맞춘 맞춤형 사역”이라며 구체적 사례들을 제시했다.
그는 “65세 이상 ‘완청(완숙한 청년)’ 세대의 가장 큰 이슈는 외로움이다. 이들이 1인 가구 청년들에게 집밥을 제공하는 ‘집밥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며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는 이들을 위한 ‘쁘아 공동체’, 미취학·초등학교 자녀를 둔 ‘연청(연결하는 청·장년부)’ 등 생애주기별로 세분화했으며 이들에 맞는 사역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개척교회라면 개척 멤버들의 생애주기를 봐야 한다. 자연스럽게 필요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것이다. 기존 교회 틀이 아닌 생애주기 틀로 접근하면 된다”고 조언을 건넸다.
세대 단절 해결을 위한 만나교회의 핵심 전략은 ‘미리 준비하기’다. 김 목사는 “3~6개월 전 설교 준비가 세대 간 고리를 만든다”며 설교 원고를 교육부에 미리 제공해 연령별로 각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일 년에 두 번 특별새벽기도회 때 800여명 교회학교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청소년들에게는 담임목사가 직접 설교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는 “다음세대를 교인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세대 통합을 통한 교회 미래 전략을 강조했다.
역발상 목회 철학
‘소통의 시대’를 강조하는 김 목사의 목회 철학은 기존 관념을 뒤엎는다. 그는 “현대 시대에는 강단에서의 일방적 메시지 선포가 통했지만 이제는 예배와 설교에도 소통이 필요하다”며 혁신적 접근을 소개했다.
특히 미디어 활용에 대한 그의 철학은 파격적이다. 그는 “예배 시간에 스마트폰을 꺼내라고 하는 교회는 드물 것”이라며 “QR코드로 성경을 찾든지 설교 내용을 확인하든지 활용하라고 한다. 미디어를 싸워야 할 적으로 보면 (선교적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디어를 매개체로 이해하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얼마든지 목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현실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콘퍼런스에서 소개된 22개 모든 사역을 현장에서 적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사역을 발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 목사는 “22개 사역을 모두 하려 하지 말고 한 해 한 가지씩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며 “일 년에 한 개씩 잘하면 십 년 뒤에는 10개 사역을 잘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단계별로 사역할 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도전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사역이) 잘 안 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된다. 스트레스받지 말라”며 “예를 들어 우리 교회 스크린골프 모임은 40명에서 시작해 지금 120명까지 늘었지만 라이딩 모임은 한 번으로 끝났다.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이번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매년 사흘씩 지속할 예정이다. “한국교회가 잘해온 신앙의 유산을 다른 나라에도 전수할 수 있는 국제적 콘퍼런스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콘퍼런스 참가 신청 및 자세한 정보는 만나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