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르는 소녀’ 김세영(32·스포타트)이 이번에는 홀인원 행운을 앞세워 시즌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베이 코스(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숍라이트 LPGA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3위(최종합계 12언더파 201타)로 대회를 마쳤다. 올 시즌 출전한 9개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 박인비, 고진영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통산 12승을 거두고 있는 김세영은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엔 4년 반 이상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이 대회 전까지 지난 4월 T모바일 매치 플레이에서 거둔 공동 9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게다가 최근 출전한 3개 대회(US여자오픈-멕시코 리비에라 마야 오픈-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서 연속 컷 탈락했을 정도로 부진했다.
그런 김세영이 이번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것은 흐름을 바꾸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것도 홀인원을 앞세운 게 고무적이다. 그는 LPGA투어 토너먼트 코스 중에서 가장 짧은 76야드로 세팅된 17번 홀(파3)에서 56도 웨지로 에이스를 기록했다.
김세영은 “후반을 시작하며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면서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긴장감이 몰려와서인지 14번 홀에서 티샷 실수로 더블 보기를 범했다”라며 “이어진 홀에서도 긴장한 탓에 보기가 나왔다. 긍정적인 것, 좋은 말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리고 17번 홀에 섰을 때 ‘여기서 홀인원을 하고 다음 홀에서 버디가 나온다면 어떨까’라는 시나리오를 머리 속으로 그렸는데 그렇게 됐다”고 롤러 코스터를 탄 마지막 5개홀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아 선두에 2타 뒤진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세영은 “홀인원이 됐을 땐 ‘와우’라고 생각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함께 경기한) 지노 티띠꾼이 하이 파이브로 축하를 해줬다. 춤을 출 듯이 기뻤지만 한 홀이 남아 있어 참았다. 그리고 마무리도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회에 앞서 가진 프로암에서 동반 플레이를 한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고마움을 포시했다. 김세영은 “지난 몇 차례 대회에서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즐기려고 했다”라며 “이번 주 프로암을 함께한 분들이 큰 응원을 주셔서 좋은 기운을 받았다. 다음에 우승하게 된다면 감정이 교차할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