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추진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놓고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조속한 폐지 조례안 상정 등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10일 시작되는 정례회 심의 안건에 대구시민 1만4000여명이 청구한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조례 폐지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진행된 사업이라고 비판하며 ‘박정희 우상화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를 조직했다. 이후 주민 1만4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요건을 갖춘 후 박 전 대통령 기념조례 폐지안을 지난 4월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
주민 조례 발안법에 따라 대구시의회 의장은 주민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주민 청구 조례안을 발의해야 한다. 이에 지난달 말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명의로 폐지안을 정식 발의했다. 의결은 대구시의회가 박 전 대통령 기념조례 폐지안을 수리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해당 안건은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관이다.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대구시의회가 이번 정례회에 폐지안을 상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시간 끌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안 발의 후 1년 내 의결해야 한다는 법 조항을 이용해 최대한 미루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의회는 발의 시점이 지난달 말이라 바로 상정하기에는 검토·논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박 전 대통령 기념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시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 조례 제정 후 대구시는 행정부시장과 학계·예술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조직했고 지난해 말 동대구역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 조기 대선 상황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사퇴하면서 추진 동력이 줄어들었다. 현재 추가 동상 설치 등 기념사업 진행이 사실상 멈춰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의회가 폐지안을 통과시키면 대구시가 진행하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사라져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역 내 찬성 의견도 적지 않고 대구시의회 재적의원 33명 가운데 32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라 폐지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