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코비드’ 심혈관질환 위험 최대 10배 ↑…“장기 관찰 필요”

입력 2025-06-09 11:30 수정 2025-06-09 15:12

대만과 홍콩, 중국, 동남아 국가 등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해 여행객과 현지 교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본격적인 감염 확산 조짐이 없지만 여름철 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보건당국도 고령자와 면역 저하자 등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리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국내 연구진의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감염자는 비감염자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62% 높았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할 경우 이런 위험성은 30% 가량 줄었다.

경희대 의대 연동건 교수팀은 한국과 일본의 대규모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하고 연구 결과를 미국심장협회 공식 학술지 ‘순환(Circulation)’ 최신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이른바 ‘롱 코비드(Long COVID)’는 코로나19 감염 후 지속되는 만성적 증상이다. 주로 코로나19에 걸린 뒤 4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다양한 장기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 보건학적 경계가 필요한 질병으로 평가된다. 그 중 심혈관질환이 대표적 합병증이다. 감염 후 수주 내에 심근경색이나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돼 있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단일 국가나 특정 집단이 대상이라 일반 인구를 대표하기 어려웠다. 감염 이후 심혈관 위험이 얼마나 지속하는지, 백신 접종 여부나 바이러스 변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국가 단위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감염 이후 심혈관질환의 장기적 영향을 종합 분석했다. 한국 약 796만명, 일본 약 126만명 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감염 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감염자는 비감염자와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62% 높았다. 허혈성심질환이나 심부전, 뇌혈관질환 등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중등도(중간 단계) 이상의 중증 감염자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최대 10배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경우 그 위험이 약 30% 줄었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심혈관 위험 증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를 포함해 델타, 오미크론 변이 유행 시기에도 일관되게 관찰됐다. 이런 위험은 감염 후 최대 18개월까지 지속됐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완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발생률은 낮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감염자 중 뇌졸중 발생률은 0.24%, 심근경색은 0.05%, 주요 심혈관 사건은 0.15%로 집계됐다.
황승하 연구원은 9일 “고위험군에 대한 모니터링과 예방은 필요하지만 대중의 과도한 불안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동건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장기간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국가 단위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다”며 “감염 이후 고위험군에 대한 심혈관 모니터링과 예방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