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평화교회(허성도 목사)는 지난해 11월 말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교회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했다.(국민일보 2024년 12월 1일 보도) 지은 지 30년이 지난 낡은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사고 당시 예배당이 비어 있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각종 집기와 방송 장비들이 파손됐고 이를 복구하는 데는 10억원이 넘는 공사 비용이 예상됐다.
한순간에 예배당을 잃은 성도들은 식당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며 교회 재건을 꿈꿨다. 성도들이 정성을 다해 헌금을 모아낸 데 이어 소식을 들은 이웃 교회와 교단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6개월간 노력 끝에 교회는 감격적인 새 성전 입당예배를 드렸다.
새 성전 곳곳에는 성도들의 헌신이 묻어있었다. 허성도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우리 성도 누구도 좌절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서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도, 올해 교회 설립 50주년을 맞아 새 성전을 짓게 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마음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박영희(68) 권사는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모은 적금 1000만원을 헌금했다. 적금 만기 문자를 받은 날 교회 붕괴 소식을 듣고 적금을 찾아 가져왔다고 한다. 허 목사는 “박 권사님이 치아가 없어 마스크를 쓴 채 헌금을 가져오셨다”며 “자신의 치아보다 예배당 건축이 먼저라는 말씀에 눈물이 났다”며 울먹였다.
소속 교단(기독교대한성결교회)과 지방회에서도 지원금을 보냈고 허 목사가 과거 담임으로 있었던 밀양성결교회 성도들도 소식을 듣고 헌금을 모아 보냈다. 또 한 번 허 목사를 울렸던 사연은 은퇴여교역자 쉼터인 성락원에 머무는 고령의 여교역자들이 쌈짓돈 400만원을 보냈을 때였다. 그는 “성락원은 70세에서 많게는 90세까지 어르신들이 모인 곳”이라며 “어르신들이 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헌금을 모았다는 생각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새 성전 입당예배 본문은 학개 2장이었다. ‘이 성전의 나중 영광이 이전 영광보다 크리라’(학 2:9)는 말씀을 의지해 단순히 더 좋고 아름다운 교회가 아니라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회를 만들자는 다짐이 담겼다. 허 목사는 “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관심을 가져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며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후임 목사와 다음세대가 그리스도 안에서 든든히 세워지길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