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서 시작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각본상·음악상 수상

입력 2025-06-09 09:30 수정 2025-06-09 11:59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곡가 윌 애런슨(왼쪽), 작가 겸 작사가 박천휴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학로에서 시작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이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가진 토니상을 받았다. 작가 박천휴는 각본상과 음악상을 받으며 한국인 최초로 토니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윌-휴 콤비로 불리는 한국 극작가 박천휴와 미국 작곡가 윌 애런슨이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두 ‘헬퍼’ 로봇이 사랑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NHN링크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작곡 및 작사), 오케스트레이션(편곡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음향디자인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시간으로 9시부터 본시상식을 앞두고 진행된 사전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각본상, 음악상을 비롯해 무대디자인상(데인 래프리, 조지 리브)까지 세 부문에서 상을 가져갔다.

뉴욕대에서 인연을 맺은 ‘윌-휴’ 콤비는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뒤 한국 뮤지컬계를 활동 거점으로 삼고 작업을 이어왔다. 윌-휴 콤비의 두 번째 작품인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리딩 공연과 트라이아웃을 거친 후 2016년 대학로의 300석 규모 소극장에서 초연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5연이 진행됐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CJENM제공

미국 프로덕션은 한국어 버전과 함께 영어 버전을 공동 개발하는 과정에서 2016년 뉴욕에서 리딩 공연을 본 현지 유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드가 제작했다. 리딩 공연 이후 디벨로핑 과정을 거친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0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렸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본공연 제작이 밀리다가 지난해 10월 마침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1000석 규모 벨라스코 극장에서 올라간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버전과 전체적인 흐름은 같지만 대본과 넘버 구성이 일부 달라졌다. 또 출연 배우가 3명에서 4명으로 늘고, 음악도 악기가 추가돼 사운드가 풍성해졌다.

브로드웨이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개막 초반엔 그다지 관심을 얻지 못했으나 공연을 본 사람들의 호평과 입소문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공상과학의 유쾌한 외피를 입고, 완전히 독창적인 ‘인간적인 비애’를 은밀히 담아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프리뷰 기간 티켓 매출은 30만 달러를 밑돌았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본공연 개막 이후엔 티켓 매출이 급상승하더니 금세 100만달러를 넘겼다. 전체 기간 평균 좌석 점유율은 93.31%에 달하며 지금은 빈 좌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에서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6관왕, 드라마 리즈 어워즈 2관왕, 외부 비평가 협회상 4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