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건강엔 저탄수화물·저지방보다 ‘이게’ 더 중요

입력 2025-06-09 09:07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심혈관 건강을 위해선 탄수화물이나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보다 정제 곡물, 설탕, 동물성, 가공 식품 등이 적고 통곡물과 채소 등 식물성 식품이 많이 들어간 ‘양질의 식단’을 선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영양학회(ASN)는 하버드대 T.H.찬 공중보건대학원 즈위안 우 박사팀이 20여만 명에 대한 수십 년간의 추적 연구에서 심혈관 건강에 저탄수화물 혹은 저지방 식단만큼이나 섭취하는 음식의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영양학회 학술대회(Nutrition 2025)에서 발표하고 이는 건강에 좋은 고품질 식품을 선택하는 게 ‘심장을 보호하는 핵심’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20여년 동안 저탄수화물과 저지방 식단은 체중 조절,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같은 잠재적인 건강 이점 때문에 권장돼 왔지만, 이런 식단이 심장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에서 보건 종사자 추적연구(1986~2016년. 남성 4만3430명)와 간호사 건강 연구(1986~2018년. 여성 6만4164명), 제2차 간호사 건강 연구(1991~2019년. 여성 9만2189명) 참가자들을 추적해 식습관과 심장 질환 간 연관성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을 저탄수화물과 저지방 식단에 포함된 식품 질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분류하고, 1만여 명에 대해 수백 가지 혈중 대사체를 측정해 식단의 질이 심장 질환과 대사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통곡물과 과일, 채소, 견과류, 콩류 등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건강에 좋은 고품질로, 감자와 정제 곡물의 탄수화물과 동물성 식품의 포화지방, 단백질은 저품질로 분류했다.

그 결과 건강한 고품질 저탄수화물 혹은 저지방 식단 그룹은 관상동맥 심장 질환 위험이 저품질 식단 그룹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저탄수화물 식단이든 저지방 식단이든 상관없이 식단의 질이 높은 경우 심장 질환 발생 위험은 식단의 질이 낮은 경우에 비해 약 15% 낮았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는 “건강하지 않은 저품질 식품으로 구성된 저탄수화물 및 저지방 식단은 더 높은 심장 질환 위험과 관련이 있었다”며 “이 결과는 저탄수화물이나 저지방 식단에서 무엇을 먹는지가 식단 자체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 박사는 이어 “저탄수화물 식단을 따르든 저지방 식단을 따르든 상관없이 통곡물, 최소 가공식품, 식물성 식품을 늘리고 정제 곡물, 설탕, 동물성 식품을 줄이면 관상동맥 심장 질환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앞으로 유전적인 요인과 생활습관, 다른 대사 지표 같은 요소들이 식단의 질과 심장 건강 사이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계획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