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신지애에게 영감 준 이일희 “모든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길 바란다”

입력 2025-06-09 09:03
이일희. AFP연합뉴스

“친구 (신)지애가 ‘넌 내게 영감을 줬어’라고 하더라. 모든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기를 바란다.”

12년 만에 찾아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2승 기회를 아깝게 1타 차이로 놓쳤으나 이일희(36)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9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199타를 기록, 제니퍼 컵초(미국·15언더파 198타)에게 단 한 타 차로 밀려 준우승했다.

경기를 마친 뒤 가진 현지 인터뷰에서 이일희는 “금요일(1라운드) 1번 홀부터 일요일 마지막 18번 홀까지 똑같이 하려고 했다. 오늘 1번부터 3번 홀까지 다소 긴장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 이후로는 똑같이 경기했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뒤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하던 이일희는 이번 대회에서 1, 2라운드 선두로 나서며 12년 만의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1타 차이로 분루를 삼켰다.

초반 3개의 보기가 뼈아팠다. 그는 “1번과 3번 홀에서 불운한 바운스를 겪었으나 ‘이게 골프지’라고 생각하고 칩샷, 퍼트 모두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긴장해서인지 몸이 조금 떨려서 하체를 좀 더 움직이려고 했다. 빨리 극복했고, 마무리도 꽤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이어 그는 “컵초가 경기하는 걸 보는 게 무척 즐거웠다. TV로만 보던 선수였는데 옆에서 함께 하게 됐고, 정말로 그를 응원했다. 이건 그냥 골프일 뿐이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니까”라면서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건 정말 멋졌다”고 축하 인사도 건넸다.

이일희는 부상 등이 겹치며 부진이 길어져 2018년부터는 시드 없이 과거 대회 우승자에게 문호를 여는 대회 정도만 출전해왔다. 이번 준우승은 2016년 9월 레인우드 클래식(공동 9위) 이후 9년 만의 ‘톱10’이다.

그는 투어에서 활동하지 않는 시기에 공부를 다시 시작해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다른 업종에 취업도 해봤다. 물론 틈틈이 레슨도 했다. 이일희는 “‘파이낸셜 포럼'이라는 곳에서 100일 정도 일하고 나와서 ‘나는 골프를 잘하지’라고 깨닫고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주 그의 선전으로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이일희는 “(이번 주) 많은 사람이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줬다. 대부분이 제가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감을 줬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정말 놀라웠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계속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절친인 신지애와의 주고 받은 메시지도 소개했다. 이일희는 “가장 친한 친구인 신지애가 ‘넌 내게 영감을 줬어’라고 하더라”라면서 “저는 모든 사람이 골프를 즐기기를 바란다. 그게 제가 바라는 전부”라는 자신만의 골프관을 피력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