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이글 퍼트 실패로 날아간 ‘이일희’의 12년만의 우승 기회…준우승도 빛났다

입력 2025-06-09 08:11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베이 코스에서 막을 내린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일희가 18번 홀을 걸어 나오면서 활짝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지막 18번 홀(파5), 이일희(36)의 4m 거리 이글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갔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일희의 12년만의 우승 기회도 물거품이 됐다. 딱 1타 차이였다.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베이 코스(파71·6263야드)에서 막을 내린 숍라이트 LPGA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에서다. 대회 최종일 3라운드에서 이일희는 보기와 버디 6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199타를 기록한 이일희는 우승자 제니퍼 컵초(미국·15언더파 198타)에게 1타가 뒤져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준우승 상금은 16만4136달러(약 2억 2360만 원).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이일희는 2010년 LPGA 투어에 데뷔해 2013년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이후 12년만에 통산 2승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날만 5타를 줄이며 통산 4승에 성공한 컵초의 벽을 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사흘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한 이일희는 2014년 미즈노 클래식(11월) 공동 2위 이후 9년 만에 최고성적을 거뒀다.

2018년 이후 시드가 없어져 투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기회로 연간 1, 2차례 출전하며 투어 생활을 이어 오고 있는 이일희는 이번 선전으로 앞으로 조금 더 많은 출전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주 열린 US여자오픈(컷탈락)에 지역예선을 통과해 출전했으나 컷 탈락했다. 올 시즌 두 번째 출전이자 LPGA투어 개인 통산 200번째 출전인 이번 대회에서 2위에 입상하므로써 현재 1462위까지 추락한 세계랭킹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1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이일희는 1, 3번 홀(이상 파4)과 7번 홀(파3)에서 1타씩 잃으며 우승경쟁에서 밀려나는듯 했다. 하지만 9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10번 홀(파4), 11번 홀(파3)까지 3연속 버디를 잡고 선두 컵초를 1차 차로 추격했다.

17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1타차 2위로 18번홀(파5)을 맞은 이일희는 18번 홀(파5)에서 두 번째샷을 핀 왼쪽 약 4m 지점에 떨궈 이글 기회를 잡았다. 반면 컵초는 세 번째샷을 2m 지점에 붙였다.

두 선수가 원퍼트로 홀아웃하면 연장 승부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이일희의 이글 퍼트는 홀을 살짝 외면해 버디에 그쳤고 컵초의 버디 퍼트가 홀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베이 코스에서 끝난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한 제니퍼 컵초. AFP연합뉴스

2022년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을 포함해 그해에만 3승을 올렸으나 이후 우승이 없던 컵초는 3년여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26만2500달러(약 3억6000만 원)다.

김세영(32·스포타트)은 데일리베스트인 6언더파 66타를 쳐 시즌 개인 최고인 3위(최종 합계 12언더파 201타)에 입상했다.

13번 홀(파4)까지 버디만 6개를 잡아 우승 경쟁을 펼치던 김세영은 14번(파4) 더블보기에 이어 13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한 것이 뼈아팠다. 76야드로 세팅된 17번 홀(파3) 홀인원과 18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선두에 2타 뒤진 채 경기를 마쳤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LPGA투어 통산 12승을 올렸으나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엔 4년 반 넘게 우승이 없는 김세영은 4월 T모바일 매치 플레이의 공동 9위를 뛰어넘는 올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을 거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임진희(26·신한금융그룹)가 사이고 마오, 야마시타 미유(이상 일본) 등과 공동 5위(10언더파 203타)에 입상했다. 시즌 세 번째 ‘톱10’ 입상이다. 박금강(24·CJ)은 지노 티띠꾼(태국) 등과 공동 11위(최종합계 9언더파 204타)에 자리했다. 1타가 모자라 생애 첫 ‘톱10’ 입상에 실패한 것이 아쉽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는 3타를 줄여 공동 15위(최종합계 8언더파 205타)로 대회를 마쳤다. 박성현(31)은 공동 29위(최종합계 5언더파 208타), 고진영(29·솔레어)은 공동 58위(최종합계 1언더파 212타)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