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권력집중 비판’ 中자유주의 지식인 장리판 별세

입력 2025-06-08 18:36
중국에서 독립 역사학자이자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던 장리판. VOA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온 정치평론가 장리판이 지난 3월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홍콩 명보는 8일 장리판이 3월 22일 별세했지만, 당국의 압력으로 부고를 비밀에 부쳐야 했고 유골은 지난 4일 베이징 화이뤄우의 주궁산능원에 안장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대 공공정책연구원 원장 마오서우룽은 최근 “장리판이 한 달여 전에 세상을 떠났다. 홀연히 세상을 떠나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고 언급했다. 학자들과 반체제 인사들도 장리판을 애도하는 글을 올렸다.

장리판은 생전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밝혔는데 지난해 9월에 올라온 것이 마지막 게시물이었다.

중국의 독립언론인 가오위는 장리판이 뇌졸중을 앓은 뒤 수년간 오른손만 사용해 SNS에 글을 올려왔다고 지난해 말 밝혔다. 그는 최근 지인을 통해 장리판에게 전화를 걸게 했지만, 응답이 없어 병세가 심각함을 알게됐다고 전했다. 가오위 본인도 톈안먼 사건 36주년이었던 지난 4일을 전후해 ‘12일간 발언금지’ 처분을 받고 ‘강제 여행’ 중이었다.

장리판은 중국공산당과 지도부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989년 톈안먼 사건에 대해선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중국공산당의 목표는 잊게 만드는 것이지만, 우리의 책임은 기억하는 것”이라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중국의 진정한 안정은 강압이 아니라 인민의 자유로운 의사에서 비롯된다”며 중국 민주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시진핑 체제에 대해선 권력 집중과 감시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리판은 1950년 7월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항일전쟁 직전 국민당에 맞서 조직된 ‘구국회 7군자’ 중 한 명인 장나이치였다. 장나이치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국무원 정무위원, 전국정협 상무위원, 초대 식량부장(장관)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반우파투쟁 때인 1957년 마오쩌둥으로부터 ‘우파의 조상’으로 거론된 뒤 극우분자로 낙인 찍혀 숙청 당했다. 장리판도 아버지와 연좌돼 고초를 겪었다.

장리판은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에서 역사 연구에 주력했다. 북양군벌사, 중국 사회단체·정당사, 중국 근대화 문제 등을 주로 연구했으며 ‘중화민국사’ 집필에도 참여했다. 1989년 톈안먼 사건 때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의 요청으로 시위 학생들과 중재에 참여한 뒤 독립 역사학자의 길을 걸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