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황태자’김홍택(31·DB손해보험)이 아내의 둘째 임신을 우승으로 보답했다.
김홍택은 8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CC(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백송 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총상금 10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4개를 잡아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김홍택은 양지호(36)의 추격을 2타 차 2위(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2억 원.
지난해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김홍택은 약 13개월 만에 KPGA투어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출전한 6개 대회에서 처음으로 컷을 통과한 뒤 거둔 우승이다.
그는 지난 4월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공식 연습라운드 도중 허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기권했다. 그리고 이 대회 전까지 4개 대회에서 출전했으나 모두 컷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허리 부상 여파로 아이언샷 거리감을 맞추는 것에 애를 먹은 게 부진 이유였다.
그는 우승을 확정한 뒤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아내가 둘째를 가졌다. 어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라더라. 아내에게 고맙다”면서 “올해 첫 컷 통과가 우승으로 이어졌다. 어려운 코스를 잘 이겨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홍택은 이 대회에 앞서 열린 지난주 신한투자증권 G투어 4차 대회에서 우승했다. G투어 통산 15승째였다. 이번 우승으로 스크린과 필드 골프를 연속해서 우승하는 진기록을 수립하게 됐다.
그는 “지난주 GTOUR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 자신감이 이번 대회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고 활짝 웃었다.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김홍택은 1번 홀(파4)에서 두 번째샷을 50cm에 떨궈 기분 좋은 버디로 출발했다. 5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선두를 질주한 김홍택은 7번 홀(파4) 보기로 주춤했다. 9번 홀(파5) 버디로 바운스백에 성공한 김홍택은 후반 12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그러는 사이 바로 앞 조에서 경기를 펼친 김비오(34·호반건설)가 16번 홀(파3)까지 5타를 줄이는 맹추격전을 펼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김홍택은 12번 홀 버디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해 연장 승부가 예상됐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팽팽했던 균형의 추가 김홍택 쪽으로 급격히 기운 건 마지막 18번 홀(파4)이었다. 김비오의 티샷이 오른쪽 OB 구역으로 날아가 트리플 보기를 범한 것. 상황을 파악한 김홍택은 두 번째 샷을 그린에 파로 마무리해 우승을 확정했다.
김홍택은 “올 시즌 개막하기 전 목표는 개막전과 ‘한국오픈’ 우승이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은 KPGA 선수권대회,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그리고 아시안투어 단독 주관 대회에 우승”이라며 “특히 2주 뒤에 경남 양산 에이원CC에서 열리는 KPGA 선수권대회가 기대된다. 작년에 준우승을 했는데 올 시즌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팬들이 대회장을 찾아 응원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정말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통산 상금 30억 원 돌파에 나선 김비오는 18번 홀에서 씻을 수 없는 실수로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쳐 그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옥태훈(26·금강주택)이 4위(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 이대한(34·엘앤씨바이오)과 유송규(29)가 공동 5위(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