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파국은 美 ‘보수대연합’ 붕괴 전조…머스크, 제 3당도 언급

입력 2025-06-08 09: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관계의 요란한 파국이 트럼프 2기를 만든 포퓰리즘 보수 연합의 붕괴 전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인 노동 계층과 공화당 당원 등 전통 지지층에 더해 반(反) 진보 좌파 성향의 유색 인종까지 포괄했던 트럼프 지지 연대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세력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미 트럼프 연합이 약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머스크와의 갈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취임 초만 해도 트럼프는 보수적 의제를 내세우면서 보수 진영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중국을 표적으로 한 대대적인 관세 정책과 이민자 추방, 좌파 진영에 대한 공격 등은 보수 전반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2기 5개월을 앞두고 이런 광범위한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젊은 층과 비(非) 백인 유권자들의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법원 무시, 대학과의 전쟁 등은 과도한 정책은 보수 성향 엘리트의 지지도 흔들고 있다. 머스크의 트럼프 ‘진영 이탈’은 트럼프가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이념적 분파들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이다.

보수 진영 내 국가 부채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가 부채는 향후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액이 연방 수입의 5분의 1 수준에 달했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결별한 표면적인 이유도 감세를 연장하는 법안에 대한 의견 차이였다. 트럼프는 해당 법안을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불렀지만, 머스크는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NYT는 “1990년대 초반에도 이자 지급이 연방 수입의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을 때, ‘레이건 연합’을 무너뜨리고 로스 페로(1992년과 1996년 대선 무소 후보)의 부상을 촉진한 계기가 됐다”다고 전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제3 지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 6일 엑스에 “중도층 80%를 대변할 새로운 당이 필요하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머스크가 공화당에 대한 전쟁을 시작하면서 공화당이 권력을 유지할지가 위태로워졌다”며 “공화당은 머스크가 워싱턴에서 권력 유지를 위해 자금을 지원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그는 그들의 공개적인 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과 관련, “부모가 이혼을 겪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소리를 그만 질렀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며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이 화해하고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