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에 한 번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우주를 들어 올린다. KT 롤스터 ‘비디디’ 곽보성의 2025시즌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역사에 남을 시즌이다. 그리고 로드 투 MSI 역시 그 역사의 일부로 남을 듯하다.
KT는 7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지역 대표 선발전(로드 투 MSI) 1라운드 경기에서 디플러스 기아를 3대 0으로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첫 세트부터 짜릿한 역전승이 나왔다. 곽보성(라이즈)의 우직한 백도어로 만든 승리. 직전 한타에서 패배하긴 했으나 바텀 억제기를 부숴서 슈퍼 미니언 소환까지 성공했던 디플 기아로서는, 바텀 라인이 쭉 밀려 백도어 패배를 당할 거라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KT가 35분경 바텀 억제기 앞 한타에서 승리한 것부터가 역전극의 시작이었다. 곽보성은 ‘커즈’ 문우찬(자르반 4세)과 함께 드래곤을 사냥한 뒤 귀환했다. 이때 그의 수중에 있던 골드는 약 2400. 그는 추적자의 팔목 보호대(1600골드)와 마법의 영약(500골드)을 구매하고 미니언들과 함께 바텀으로 뻗었다. 결론적으로 이 판단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합리적인 쇼핑이 됐다.
분석 데스크에서도 짚었듯 마법의 영약엔 독특한 효과가 있다. 활성화 시간 동안 챔피언과 포탑에 25의 추가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이 효과는 KT가 미리 처치해뒀던 유충 3개의 보상 효과와 시너지를 내서 곽보성이 디플 기아의 예상보다 빠르게 포탑을 철거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곽보성 역시 마법의 영약을 구매·사용한 게 빠른 포탑 철거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드를 많이 흔들어야 했다. 내가 본대에 붙어도 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본대에 붙어서 수성을 돕지 않고 바텀으로 뻗은 이유를 밝혔다.
곽보성이 혼자 바텀 포탑을 연이어 부수는 동안 디플 기아는 KT의 탑 2차와 억제기 포탑 부수기에 시간과 인력을 투자했다. 결국 억제기 포탑을 무리하게 부수려다가 역으로 이니시에이팅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루시드’ 최용혁(트런들)이 잡혔다. 이 순간, 디플 기아 선수단도 기류의 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디플 기아의 남은 병력은 도주 후 귀환해서 곽보성의 백도어를 막아보려 했지만 KT가 그들을 그대로 보내줄 리 만무했다. 끈질기게 상대를 쫓아 귀환을 막았다. 그동안 곽보성은 쌍둥이 포탑을 모두 부쉈다. 궁극기 공간 왜곡을 써서 ‘시우’ 전시우(그웬)를 뿌리치고 넥서스까지 부수는 데 성공했다.
침착함과 평정심의 유무가 승패를 갈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디플 기아 배성웅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손익 계산이 냉정히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곽보성도 “상대가 탑을 밀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T와 곽보성의 눈엔 보였던 그림이 디플 기아한테는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