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채팅방에서 “전 이사 학력위조”… 대법 “비방 목적 아냐”

입력 2025-06-06 14:58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이 참여한 단체채팅방에서 회사 전 임원에 대해 “학력을 위조했다” 등의 글을 작성했더라도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5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2월 한 회사 주주 50여명이 있는 오픈채팅방에서 과거 이 회사 등기이사이자 임시주주총회를 제안한 B씨에 대해 ‘사업이 거의 실패로 돌아가자 회사 측에 돈을 요구했다’ ‘고졸인데 학력을 위조했다’는 글을 올려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게시글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거나 A씨에게 허위라는 인식이 있지 않았다고 봤다. A씨의 주장이 과거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 오갔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 B씨가 퇴사하면서 차린 법인에 회사가 자금을 빌려줬다는 회사 관계자 증언 등이 근거가 됐다.

또 A씨가 주주로서 올바른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게시글을 작성해 비방 목적이 없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정도가 임시주총에서의 올바른 의결권 행사, 피해자의 직무수행 능력에 관한 주주들의 관심 증진과 올바른 여론형성에 따른 이익에 비해 더 크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