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서 다양한 상징성과 조형성을 창조해 내고 있는 서예가 김두경 작가가 25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김 작가는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에 있는 기린미술관에서 ‘아하 김두경 한글추상전’을 열고 있다.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좋소’ ‘고요’ ‘봄봄봄’ 등 40여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한글 서예사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왔다.
그는 2008년 ‘상형 한글’ 서체를 처음 선보였다. 상형문자가 아닌 한글에서 상징성과 조형성을 표현하여 상형문자 느낌의 아름다운 글씨를 만들어 냈다. ‘보는 글씨, 읽는 그림’이라는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고 CI, BI 등 현대 디자인에 응용력과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의 한글 작품은 언뜻 보면 난해한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읽을 수 없는 문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읽을 수 있는 문자다. 이 때문에 문화상품 디자인 등 스토리텔링 의미를 더해주는 효과가 크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각 작품의 제목을 일부러 붙이지 않았다. 관객들이 스스로 느끼는 대로 읽고 보고 의미를 찾아보라는 뜻이다.
이현옥 기린미술관장은 “김두경 작가는 한글의 문자예술을 한 단계 끌어올려 조형예술로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서예의 전통성과 현대성, 문화예술과 산업디자인을 잇는 가교로써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필기 도구로서의 서예 의미가 퇴색한 현대에 서예가 추구해야 할 예술성은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미의 기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비슷하지만 서예에서 보여줄 수 있는 특징적 아름다움을 획과 발묵 등에서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 예술의 관점에서 보아주시면 새로운 재미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제현들의 질정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한국 근현대 서예계의 큰 기둥인 강암(剛菴) 송성용(1913~1999) 선생과 하석(何石) 박원규 선생을 사사했다. 초기 정통 한문 서예에 이어 한글·영어 등으로 범위를 넓혀 가며 한글 한류산업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가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제대로 된 한글서예가 없어 실망하던 외국인을 보고 새로운 서체 개발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2000년엔 영어 알파벳을 서예작품으로 표현한 ‘I am- 알파벳 문자 추상전’을 서울 인사동에서 열어 주목받았다. ‘영어’ 문자를 소재로 한 서예작품의 전시는 서예계 최초였다.
그동안 CI작업과 BI작업은 물론 문화상품 디자인 등을 연구해 서예의 산업화를 시도하는 ‘문자향(文字香)’ 문자조형 디자인 연구소를 열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을 결합해 현대 디자인에 서예를 응용하는 노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부인 김귀옥씨와 함께 정읍시 산내면에 선비문화를 체험하고 묵향을 느낄 수 있는 ‘우리누리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