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으로 피난민 10만여 명을 구한 고(故) 현봉학 박사 추모 행사가 열렸다.
현봉학박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한승경)는 전날 서울 중구 연세대 세브란스빌딩 앞 현봉학 박사 동상 앞에서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고 6일 밝혔다.
행사에는 한승경 이사장을 비롯해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 최재영 연세대 의과대학 학장, 강훈철 연세의대 동창회 교내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추모와 헌화를 하며 고인의 국가를 위한 희생과 인도주의적인 리더십을 되새겼다.
1922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태어난 현 박사는 1944년 세브란스의전(현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의 병리학 강사로 학생교육과 연구활동 중 6·25전쟁을 맞았다.
미국 유학파로 영어에 능통했던 현 박사는 해병대 통역관으로 차출돼 미군과의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전 부대원이 일계급 특진을 한 마산 진동리전투를 시작으로 통영상륙작전 등 여러 전투에서 한국 해병대가 승리할 수 있게 미군으로부터 많은 군수물자 및 작전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현 박사는 이후 미 제10군단 민사부 고문관으로 파견돼 북진에 나섰으며 1950년 12월 중공군 포위공세로 월남하는 길이 막혀 흥남부두에 모인 북한 피난민을 군 수송선으로 철수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 박사는 “피난민 후송을 통해 UN군의 자유수호 의지를 보다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다”며 철수지휘관인 ‘알몬드’(Edward M. Almond) 사령관을 간곡히 설득했다고 한다.
그 결과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수송선에 적재한 군수품을 버리는 대신, 10만 여명의 피난민을 태워 경남 거제도로 성공적으로 후송했다.
이 작전은 ‘한국판 덩케르크’로 불리며 역사에 길이 남았다.
한승경 이사장은 “현 박사는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생명을 구하는 의사로서, 인도주의의 상징이자 한·미 우호의 다리였다”며 “그 뜻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이어 “현봉학박사기념사업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념사업과 교육 활동을 통해 현 박사의 삶과 정신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