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협상 시기가 도래하면서 자동차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과 상여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관세 전쟁이라는 위기를 맞이한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8일~29일 울산 북구 현대차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단협 요구안을 마련했다. 요구안 내용을 보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지급 등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 11만2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상여 750%보다 높은 수준이다. 노조는 단체협상 및 별도요구안으로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64세로 연장하자는 ‘정년 연장’과 임금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도 담았다.
기아 노조는 아직 구체적인 요구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현대차 노조와 비슷한 수준의 요구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주 4.5일제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 노조는 앞선 노조 소식지에서 “일과 삶의 균형의 현실적인 시작점인 주 4.5일제 쟁취로 새로운 워라벨을 만들고, 산업계를 선도하는 기아 노조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역대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미국의 25% 관세 폭탄 여파로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내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M 한국사업장(한국GM)의 교섭은 초반부터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사측이 지난달 28일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에 대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원인이다. 노조는 “창립 54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2025년 임금협상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의 15%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등을 요구했다. 또 철수설 종식을 위해 신차 투입, 설비 투자와 개선 등도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에 생산 차질까지 발생하면 국내 완성차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노사 모두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